▲ 울산 울주군 신촌마을에 거주하는 이영자 할머니의 진료 소견서. 이 할머니는 지난 19일 에쓰오일 폭발 사고 다음날 두근거림이 멎질 않아 병원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 신촌마을의 10년 된 황토집 외벽에 폭발 직후 어른 주먹이 들어갈 정도로 균열이 생겼다.  
 
   
 
  ▲ 폭발 직후 사태 파악을 위해 한 대학 커뮤니티 작성글의 댓글란. 동구, 북구 등 사고 현장과 수km 떨어진 곳에서도 폭발음과 진동을 느꼈다는 체험담이 줄을 이었다.  
 

“폭탄인지 대포인지 ‘쾅’소리가 나더니만 땅이 막 흔들렸다니까. 그때 생각하면 아직도 심장이 두근거려.”



울산 울주군의 작은 시골마을에 거주하는 이영자(82) 할머니는 그날 밤 일을 회상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신촌마을이라 불리는 이곳은 지난 19일 폭발과 함께 화재로 뒤덮였던 에쓰오일 공장과 직선거리로 불과 1~2km 남짓 떨어진 곳. 마을 주민들은 폭발 소음과 진동뿐만 아니라 멀리 보이는 불기둥과 매캐한 냄새 때문에 밤새 뜬눈으로 지샜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사고 다음날인 지난 20일 신촌마을 경로당에서 만난 이영자 할머니는 충격에 인근 병원까지 찾았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땅이 막 흔들거리는 데다 사방에서 올라오는 매캐한 냄새에 목이 아파 뜬 눈으로 지새웠다”며 “다음날 아침이 되도록 두근거림이 멎질 않아 며느리랑 같이 읍내 병원 가서 약도 처방 받았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 외에도 마을주민 40여명이 두근거림,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자 마을서 고속버스를 대절해 인근 병원 찾아 진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강한 진동을 동반한 폭발 위력으로 마을 곳곳이 파손됐다.

10년이 된 황토집 외벽은 어른 주먹이 들어갈 만큼 균열이 생겼고, 화장실 타일과 좌변기 등에 균열이 일어난 곳도 있었다.

박진완 신촌마을 이장은 “집이 푹 뛰었다가 다시 내려앉는 느낌이었다”며 “일부 주민은 놀란 마음에 급하게 뛰쳐나오다가 손바닥이 찢어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을 지근거리에 온산공단이 있어 매년 폭발, 화재 등에 간접 노출돼 있는 데다 공해 문제도 심각하다”며 “최근에는 마을 근처에 산업단지도 신설한다는데 이대로는 여기서 계속 못 살아”라고 토로했다.



신촌마을 외 온산공단 인근 주민들도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온산공단 인근 사택에 거주하는 김모(40대·여)씨는 “남편 직장 공장이 에쓰오일 공장 인근이었는데, 폭발 위력에 공장 유리창과 조명 등 시설물이 파손됐다고 하더라”며 “비슷한 사고가 일어날까봐 출근길마다 노심초사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밖에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남구, 동구, 북구 등 타 지역뿐만 아니라 12km 이상 떨어진 도심까지도 폭발음과 진동을 느꼈다는 등 체험담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에쓰오일 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나자마자, 울산 소방당국에는 신고전화 74건이 동시에 접수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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