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노후설비특별법 현안과제 급부상

시민단체·민노총, ‘국민동의 청원’
울산·온산석유화학단지 토론 열려

10명의 사상자를 낸 S-0IL 울산공장의 폭발사고를 계기로 ‘산업단지 노후설비 안전관리특별법(이하 노후설비특별법) 제정’ 필요성이 현안 과제로 급부상하는 분위기다.

시민사회단체에선 ‘일과건강’이 노동계와 연대해 해당 법안 제정에 총대를 메고 나섰고, 정치권에선 전남 여수가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노후국가산단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일과건강은 ‘5만 국민동의 청원’ 절차를 밟아 당장 오는 7월께 해당 법안을 입법발의할 계획인데, 노후설비 관리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장으로 확대하고 노동자·주민이 노후설비 유지·개선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정한 대목에서 김 의원의 노후산단특별법안과 차별화를 보이고 있다.

# 책임의무 정부·지자체로 확대...노동자·주민도 참여

2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일과건강이 제시한 노후설비특별법안은 △노후설비 정의와 범위에 ‘화학물질’, ‘고압가스’, ‘위험물 설비’를 포괄하고 △노후설비 책임의무를 기업 뿐 아니라 국가와 지자체까지 확대해 공공관리주체 의무 규정을 강제하며 △노동자·주민의 참여와 알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에 방점이 찍혔다.

환경부 화학물질안전원의 최근 6년간(2014~2019년) 통계에 따르면 화학사고 원인 1위가 ‘시설관리미흡’(41%), 2위 ‘작업자부주의’(36%), ‘운송차량사고’(20%) 등의 순으로 집계된 만큼 시설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현재순 일과건강 기획국장은 “교량, 터널, 항만, 댐 같은 공공시설물의 경우 안전관리특별법이 있고, 이 경우 기업 뿐 아니라 중앙정부와 지자체에도 감시감독 권한을 부여해 안전관리를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정작 더 위험한 산업단지 설비에 대해선 ‘기업 자산’이라는 이유로 기업에게만 책임을 묻다보니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이나 화학물질관리법을 수차례 개정해도 사후약방문이나 미봉책에 그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24일 울산서 토론회...7월 ‘국민동의 청원’

‘노후설비특별법 제정’ 움직임은 지난 19일 S-0IL 울산공장 대형 폭발사고 직후 이슈화됐지만, 애초 활동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일과건강 지부 조직으로 화학물질감시 역할을 맡은 건강과생명을지키는사람들(이하 건생지사)이 화학사고를 근본적으로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노후설비, 방치하면 위험하다!’ 캠페인을 실시, 해당 법안의 제정을 촉구하는 전국 동시행동을 개시한 거다. 당시 건생지사는 지난 2012년 구미 휴브글로벌 불산 누출사고 이후 계속된 화학물질 화재·폭발·누출사고의 주범으로 ‘노후설비’를 지목하며 법 제정을 촉구했고, 2020년에는 1만명 서명지를 받아 청와대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24일엔 건생지사와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플랜트건설노조가 공동 주최하는 ‘노후설비특별법 제정을 위한 울산·온산석유화학단지 토론회’가 열린다. 이어 오는 7월에는 ‘5만명 국민동의 청원’에 돌입해 본격적인 입법 운동에 나서는 동시에, 정의당 강은미 국회의원도 대표발의를 통한 입법 활동도 개시한다.

# 민주당도 ‘노후국가산단특별법 제정’ 가세

민주당에서는 김회재(전남 여수시을) 의원을 중심으로 국회차원의 ‘노후국가산단특별법 제정과 산업재해 방지 대책 마련’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일명 ‘여수산단 특별법’으로도 불리는데, 올초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관심이 뜨겁다.

김 의원은 지난달 국회에서 관련 토론회를 주최하며 “여수 국가산단에선 최근 6년간 17건의 중대사고로 2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면서 “기반시설 노후화는 국가산단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노후 국가산단 안전 인프라 및 안전관리 체계 구축 방안, 구조고도화, 스마트그린화사업 등 노후 국가산단의 지속가능성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당에선 이상헌(울산 북구) 의원 등이 특별법 제정에 찬성했다.

당시 주제발표에 나선 국토연구원 장철순 선임연구위원은 △스마트시설을 이용한 사고다발 설비에 대한 정비·점검 및 대응 체계화 △안전작업 허가 및 안전분야 규제강화 △화학물질 통합관리시스템 구축 △산재전문의료기관 지정 및 설치 △안전관리기관 지정 및 지자체 역할 강화 등의 방안을 제언했다. 김 위원은 “석유화학산업의 안전관리 차원에서 기존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산업안전보건법’, ‘소방기본법’, ‘위험물안전관리법’,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등 다수의 개별법이 중복 규제되고 있다‘’면서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폐지해 중복된 안전관리제도를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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