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김두겸 당선인 제동 민선7기 사업, 문제 없나 

<2>맑은물 확보와 대곡천암각화군 세계유산등재

김 "사연댐 수문 급할 것 없다" 입장

문화재청 "관리주체, 울산" 못박아 

비협조 땐 다른 유산 먼저 등재 추진 입장

결국 운문댐 물 공급량 확정만이 답

"세계유산등재는 문화재청 업무로 정부가 울산시에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 울산에 운문댐 물을 주겠다는 정부 말은 현실성 떨어지는 '정치적 수사'로 더는 등재 논리에 끌려다니지 않겠다."
김두겸 당선인은 지난 17일 민선8기 울산시장직 인수위원회 문화관광체육분과 현안 업무보고 자리에서 문화재청을 상대로 '벼랑 끝 전술'을 선포했다.
반구대암각화를 품은 대곡천 암각화군의 '2025년 세계유산등재'라는 정부 시간표에 등떠밀린 채 사연댐 수문설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건데, 당선인은 이런 전략적 수정이 결과적으론 유산 등재를 앞당기는 지름길이 될거라고 봤다.
과연 민선8기 울산시는 천년고도 경주와도 안바꿀 정도로 유산 가치가 큰 반구대암각화의 세계유산등재와 시민들로선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맑은물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까.

# 문화재청 "세계유산등재 지원 기관"
27일 본지 확인 결과 문화재청의 입장은 당선인 인식과는 결을 달리하고 있었다.
문화재청은 당선인이 인식하고 있는 '세계유산등재=국가사무' 등식에 오류가 있다고 했다. 문화재청 관계자 A씨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는 세계유산등재를 지원해줄 뿐, 관리주체는 해당 유산의 소재지 지자체"라며 "등재 후 관광객 유입으로 인한 소득과 일자리 창출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지 중앙정부가 가져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유산등재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진정성과 완전성, 보존관리계획'이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질 때 가능하다"면서 "시장으로서 맑은물 확보를 우선 가치로 생각할 순 있지만 울산시민과 지자체의 협조 없이 국가의 의지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세계유산협약 이행을 위한 운영지침>을 예로 들었다. 이 지침에는 '당사국은 유적관리자와 지방정부, 지역사회, 원주민, NGO 등 다양한 이해 당사자가 자국의 잠정목록을 준비한다', '원주민의 땅이나 영역, 자원에 영향을 미치는 유산의 경우 당사국은 자유 의사에 따른 사전 인지 동의를 얻을 수 있도록 원주민을 대표하는 기관과 성실히 협의하고 협력한다'는 문구가 규정돼 있다. 즉, A씨의 말대로 국가의 의지만 갖고는 등재가 불가능하다.

# "반구대암각화만 쳐다볼 순 없어"
관건은 당선인이 예상한 대로 세계유산등재 논리에 끌려다니지 않는 식의 전략적 수정이 과연 문화재청을 '압박'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결론부터 말하면 문화재청은 "반구대암각화만 쳐다보고 있을 순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현재 세계유산등재 잠정목록에 올라있는 유산은 대곡천 암각화군을 포함해 모두 12건인데, 울산시 입장이 정 그렇다면 등재 결정 가능성이 가장 높은 유산에 대해 우선적으로 절차를 밟겠다는 거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세계유산등재 잠정목록에는 △강진 도요지 △설악산 천연보호구역 △남해안 일대 공룡화석지 △염전 △대곡천 암각화군 △중부내륙 산성군 △우포늪 △아산 외암마을 △낙안읍성 △한양도성 △화순 운주사 석불석탑군 △가야고분군 등 12건이 올라 세계유산위원회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A씨는 "대곡천 암각화군은 세계유산 잠정목록으로 등재(2010년)된 지 10년이 훌쩍 지난 지난해에서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우선등재목록으로 선정됐고 정부 로드맵에 따라 2025년 최종 등재를 목표로 하게 된 것"이라며 "유산의 가치를 서열로 매길 순 없지만 세계유산위원회는 1년에 딱 한번 열리고 1개 국가당 1건씩 엄선한 전세계 35건의 유산에 대해서만 심의하기 때문에 앞서 언급했듯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진정성과 완전성, 보존관리계획' 이 세가지 조건을 두루 갖춘 유산을 안건으로 올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만약, 본심사에서 탈락하면 세계유산등재 기회를 영영 잃게 된다.

이런 가운데 원래 계획대로라면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 19일부터 이달 30일까지 일정으로 진행돼야 하는데, 의장국이 러시아다보니 올해는 개최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났다. 이 때문에 향후 전체 심사일정이 지연돼 정부가 목표한 대곡천 암각화군의 2025년 세계유산등재가 가능할지 여부는 아직 유동적이다.
세계유산위원회에는 전세계 194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고, 세계유산으로 등재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권한은 21개 위원국이 가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21개 위원국에 들어있진 않다.

# 암각화 세계유산등재, 당선인·尹 공약에도 포함
사실 반구대암각화 세계유산등재는 당선인 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에도 포함됐다. 당선인이 반구대암각화를 품은 대곡천 암각화군의 세계유산등재 가치를 가볍게 보고 있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당선인은 "반구대암각화는 경주와도 안 바꿀 정도로 가치가 크지만 울산시민들은 세계유산 등재보다는 맑은 물 확보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벼랑 끝 전술의 취지를 밝힌 바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울산으로선 환경부의 맑은물 공급 의지가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다.
큰 비만 왔다하면 침수되는 국보 반구대암각화를 영구보존하지 않으면 세계유산등재는 포기해야 하고, 영구보존을 위해선 울산의 식수원인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해야 한다. 이 경우 울산은 1일 평균 8만9,000t의 물을 잃게 되지만 환경부는 '대구와 구미간 합의를 전제로 한 운문댐 물 울산 공급'을 언급할 뿐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가물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다음달 '2040년 수도정비기본계획'을 고시할 예정인데, 울산이 요구하는 '운문댐 물 1일 평균 8만9,000t 공급' 문구를 담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jhj74@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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