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헌법불합치 결정 후 후속 입법 안 돼

미국 대법원, '낙태합법화 판결' 공식폐기…시위·격론장으로 변한 美 대법원 앞 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낙태 합법화' 판결을 공식 폐기하면서 임신중절 관련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우리나라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나온 법원 판결들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내에서는 2019년 4월 헌재가 임신 여성 및 의사에 대한 낙태죄 처벌 조항을 헌법불합치 결정한 이후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입법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법원은 일단 헌재의 결정에 따라 낙태죄 조항이 효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고, 관련 판결에서 속속 무죄를 선고하고 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은 2016년 업무상 촉탁낙태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산부인과 의사 2명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에 해당한다"며 낙태 시술을 한 의사를 처벌하는 규정은 효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했다.

2020년 4월에도 낙태 시술을 한 산부인과 의사가 서울중앙지법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같은 해 7월 대전지법에서는 시술받은 여성과 의사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해 4월 수원지법도 임신 5주 차에 중절 시술을 한 여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모두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낙태죄 효력이 없어졌으니 이를 근거로 처벌할 수 없다는 해석이 적용됐다.

다만 낙태죄 처벌 조항이 효력을 잃었다고 해도 '먹는 낙태약'을 판매하는 건 여전히 처벌 대상이다.

임신중절을 어느 범위에서 어떤 방식으로 허용할지 등을 규정하는 법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고, 국내에서는 낙태약이나 유산제 유통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대전지법은 2019년 11월∼2021년 1월 중국에서 '먹는 낙태약' 미프진을 들여와 온라인에서 유통한 판매자에게 약사법 위반 혐의로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같은 해 4월 부산지법 서부지원도 베트남에서 유산제를 들여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판매한 사람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의약품의 정당한 유통 질서를 교란하고 국민건강에 심각한 폐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어 이를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프진 복용자 중에는 심각한 부작용을 겪으며 패혈증 위험까지 경험한 사례도 있었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현재 국회에는 임신 기간에 상관없이 낙태를 전면 허용하는 안부터 임신 후 최대 24주까지만 낙태를 허용하는 안, 더 나아가 약물 낙태를 허용하는 법안까지 여러 건 계류 중이다.

법무부가 만든 개정안에는 임신 14주 이내에선 아무 조건 없이 임신 중지를 허용하고, 임신 15∼24주 이내엔 강간에 의한 임신이나 근친 간 임신 등의 경우에 허용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 헌재는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을 자기결정권 행사의 한도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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