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



정처 없는 시간들이 외출을 서두는 저녁

이슬 같은 그리움 핀셋으로 건져 내어도

비워 둔 하늘 한편엔 구름 같은 우수 몇 점



기쁨은 기쁨끼리 또 증오는 증오끼리

어깨 짜고 달려드는 저 객창의 파도 앞에서

철없는 혈기 죽이며

낮달처럼 흐르는 것



바다는 흰 이빨로 파도를 물어뜯지만

나는 아직 갈 곳 몰라 항구에 묶여 있다

갈매기 젖은 울음만 부초처럼 자라는 칠월







●칠월이다. 한해도 절반을 넘어섰다. 잠시 집시처럼 떠돌다 돌아온 느낌이다. 또 어디로 가야 하나. 어떻게 살아야 하나. 파도는 파도 끼리 바람은 바람 끼리 그 해답을 찾으려 한다. 그렇다. 우리는 파도 앞에서, 바람 앞에서 때로 이방인이 되고 만다.





●시인 이우걸(李愚杰·1946년~ ). 경남 창녕 출생. 1972년 《현대시학》을 통해 문단 데뷔. 시집 『지금은 누군가 와서』, 『빈 배에 앉아』, 『네 사람의 얼굴』(공저), 『저녁 이미지』, 『그대 보내려고 강가에 나온 날은』, 『맹인』, 『주민등록증』 외, 산문집, 사화집, 시조평론집 등. 성파시조문학상, 정운시조문학상, 경상남도문화상(문학부문), 중앙시조대상, 김상옥시조문학상, 백수문학상, 유심작품상 수상 외.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 역임.

이우걸 시인 '방황'육필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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