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에 소재한 한 골프장 옆 과수원 농가 블루베리밭에 설치된 그물에 골프공이 떨어져 있다.
울산 울주군에 소재한 한 골프장 옆 과수원 농가 원두막 처마에 골프공이 박혀 있다.
울산 울주군에 소재한 한 골프장 옆 과수원 농가에 떨어진 골프공이 박스째 쌓여있다.

인근 과수원 창고지붕·유리창 파손
야간조명이 농작물 생육까지 방해
14m 비구방지망도 무용지물 성토

울산 울주군에 소재한 한 골프장 옆 과수원 농가 주민이 시도 때도 없이 날아드는 골프공 탓에 불안에 떨고 있다고 호소했다.

9일 오전 찾은 울주군의 한 과수원 농가. 조금만 둘러봐도 형형색색의 골프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곳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며 거주하고 있는 A(61)씨는 이곳과 모두 인접한 골프장에서 날아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4년 전 생긴 골프장 때문에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계속해서 날아오는 골프공에 창고 지붕과 유리창이 파손됐고, 원두막은 사용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직도 골프공이 박혀 있다"고 원두막 처마를 가리켰다.

이어 "배, 키위, 블루베리 등을 재배하고 있는 과수원의 농작물도 골프공과 야간조명 때문에 제대로 수확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하루에 몇 번이고 쿵! 하고 소리가 나서 보면 어김없이 골프공이 떨어져 있는데, 그동안 수거한 골프공만 수천개에 달한다"고 하소연했다.

과수원에서 일하는 도중 바로 옆에 골프공이 떨어지는 것을 목격한 적도 여러 번. 지난해에는 일을 도와주러 왔던 여동생이 날아오는 골프공을 피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손을 올렸다가 손가락 끝을 맞아 치료를 받기도 했다고.

상황이 이렇다 보니 A씨는 언제 어디서 골프공이 날아올지 모르는다는 불안감을 호소했고, 지난 4월 정신건강의학과의원에서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비기질성 불면증' 진단을 받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이 같은 내용의 민원을 울산시에 제기했고, 시는 3차례 현장확인 후 위험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체육시설의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골프장에서 안전시설 설치 의무를 이행할 것을 명령했다.

골프장 측은 지난달 높이 14m짜리 비구방지망을 설치했고, A씨의 파손된 창고 지붕과 창문 등을 수리했다.

하지만 A씨는 "비구방지망 설치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골프공이 날아왔고, 최근에는 간이 수영장에서 놀던 손주가 날아오는 골프공에 맞을 뻔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며 "더 강화된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골프장 측은 비구방지망 설치 외에 추가로 보완 사항을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프장 관계자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해당 부지를 매입하겠다고 했지만, 팔 의사가 없다고 했다"며 "때문에 다른 방법을 강구해 다각도로 시뮬레이션을 돌리면서 검토 중인데 우선 메타세콰이어 60그루 정도를 심으려고 준비 중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피해가 생기지 않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신섬미 기자 01195419023@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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