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섭 울산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

8기 민선 역풍 속 출범 … 과제 수두룩
안전·관광 산업 등 정주여건 개선해
웃음꽃 피어나는 산들바람불길 희망

 

 '바람 불지 않으면 세상살이가 아니다/ 그래, 산다는 것은/ 바람이 잠자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바람이 약해지는 것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그 바람 속을 헤쳐 나가는 것이다/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볼 것/ 바람이 드셀수록 왜 연은 높이 나는지'
 이정하 시인의 '바람 속을 걷는 법 2'의 전문이다. 연이 높이 멀리 오래 날기 위해선 바람이 필수다. 바람 없이 연을 날릴 순 없다. 순풍이든 역풍이든, 바람은 필요하다. 바람은 연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이정하의 시에서도 나오듯, 세상살이에도 바람은 영향을 끼친다. 바람 없기를 바라는 것은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국가든 지역이든 어떻게라도 바람은 불어야 한다. 바람이 약해지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바람 속을 헤쳐 나가야 한다. 
 울산은 바람이 불지 않길 원하지도 않았고, 바람이 잠자기를 기다리지도 않았다. 특정공업지구 지정 이후 울산에는 산업화와 공업화라는 거센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이 순풍이 될지, 역풍이 될지 가늠할 수도, 예측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울산에 들이닥친 새로운 바람이 삶에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기대는 충분히 있었다. 그 때문에 조상 대대로 경작해왔던 논밭을 내어줬고, 망향의 아픔을 안고 고향을 떠나 새로운 곳에 터를 잡았다. 생업의 전부였던 바다를 매립하는 것도 기꺼이 허락했다. 몇 푼의 보상금을 받고 떨어지지 않은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던 것은 지역 공동체의 성장과 발전이라는 대의를 따랐기 때문이다. 덕분에 울산은 아주 짧은 시기에 상전벽해나 다름없는 초고속 성장과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바람이 드셀수록 높이 나는 연처럼, 온갖 역경과 난관을 모험과 도전의 유전자로 맞서 이겨냄으로써 울산은 산업수도라는 별칭에 더해 부자도시와 일등도시라는 명성도 덤으로 얻었다. 그러나, 울산도 세계경제의 동반침체라는 위기를 모면할 수 없었다. 잘 나가던 자동차산업도, 잘 뜨던 조선해양산업도, 잘 타오르던 석유화학산업도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그러다 반짝 회복의 기미를 보이기도 했지만, 코로나 사태가 다시 발목을 잡았고, 돌발적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경제는 또 위기 속으로 내몰렸다.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경제위기와 코로나, 전쟁은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이라는 거센 역풍을 불러왔다. 
 제8기 민선 시대는 출범부터 암초에 걸린 지세이다. 울산의 지방정부를 이끌어나가는 김두겸 호도 예외가 아니다. 설상가상에 첩첩산중이다. "시민이 잘 먹고 잘살게 하겠다"라는 당찬 포부를 밝히면서 힘찬 뱃고동 소리를 울리며 순항을 시작했지만, 칠흑 같은 밤바다에 거센 파도와 바람만 요란한 듯 보였다. 그러다 곧바로 반전의 바람이 불었다. 현대자동차가 2조원 규모의 전기자동차 공장을 울산에 짓기로 발표했다. 역풍 속에 출범한 김두겸호가 순풍을 만났다. 역풍에서 순풍이라는 급변침이 생겼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김두겸호가 순풍 하기 위해서는 넘고 넘어야 할 과제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매슬로의 욕구단계설(Maslow's hierarchy of needs)을 보면, 가장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 다음으로 안전에 대한 욕구가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한다. 해마다 격감하는 울산의 인구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정주여건 개선이 시급하다. 기업유치와 이에 따른 일자리 창출도 무척 중요하지만, 산업현장에서 안전하게 일할 권리, 여성이 늦은 밤에도 거리를 편안하게 활보할 수 있는 권리, 노인과 장애인,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들이 불편과 불안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될 때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정주여건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공장의 굴뚝으로 상징되는 산업도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동해와 영남알프스, 태화강 등 울산의 천혜 자연환경과 역사 및 문화유산을 제대로 활용해 굴뚝 없는 관광산업을 성장과 발전의 전초기지로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민선 8기 '새로 만드는 위대한 울산'은 순풍에 돛 단 듯 훨훨 날아오를 것으로 확신한다. 민선 8기의 새바람은 '안전이 확보되는 보드랍고 화창한 명주바람', '노사가 산업평화를 함께 만드는 순하고 부드러운 솔솔바람', '동네마다 아이들의 웃음이 피어나는 경쾌하고 신나는 산들바람'이 되길 희망한다.

김종섭 울산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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