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농사 짓는 논을 뜻하는 답(沓)이라는 한자는 한문의 종주국인 중국이나 여타 일본 같은 한자 문화권에는 없는 한자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우리나라에서 만든 한자다. 그런데 중국 요동 지방, 옛 만주에 답동(沓東)이라는 지명이 있다. 우리 조상들이 이곳까지 북상해 수리시설을 하고 벼농사를 지었다 해서 얻은 동네 이름이다. 
 벼는 1년 내내 더워야 하는 열대작물이다. 한반도의 기후로는 여름 한철만 알맞을 뿐인 벼농사는 아주 부적합한 풍토다. 그래서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에 부응하여 많은 손을 쓰지 않으면 안 되는 벼농사다. 속칭 열대에서는 서너번이면 되는데 한반도에서는 여든여덟번 손을 써야 한다는 말까지 있다. 그나마 벼농사가 가능한 지역으로는 임진강(북위 38도)이 북방한계(北方限界)라고 18세기 실학자 이규경(李圭景)이 고증하고 있다.
 하지만 부지런하고 근면한 한국인은 더해가는 추위와 줄어드는 일조량에도 부지런한 손과 근면으로 극복해 북방 한계를 북위 41도인 만주 답동(沓東)까지 북상시키는 데 성공했다. 
 기록상으로는 1937년 스탈린에 의한 강제 이주로 북방 카자흐스탄의 벌판에 버려진 한국 이민들이 벼농사를 짓는 데 성공했다.
 소비자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가운데 유독 쌀값만 추락하고 있다. 산지 거래 가격 기준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20% 하락했다. 쌀값 하락은 국내 농가 중 40%가 벼농사를 짓는 농업 농촌 농민에 끼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 최근의 쌀값 하락은 풍년으로 늘어난 생산량때문이지만 근본적으로 소비가 줄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쌀 생산을 확 줄이는 게 합리적이다. 다른 곡물을 재배하면 전체적인 식량 자급률을 높일 수 있다. 문제는 벼농사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벼농사는 기계화가 많이 진전돼 사람 손이 덜 간다. 최대 문제인 구인난을 피해 갈 수 있다는 얘기다.
 쌀값 하락의 고통을 덜어주려면 다른 품목을 재배해도 벼농사 이상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직불금이든 생활안정 자금이든 생계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문제해결 방향을 알면서도 소란이 두려워 움직이지 않으면 전형적인 복지부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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