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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맨홀’ ‘반지하’ 관광?

기사승인 2022.08.15  22:30:00

김병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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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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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미제라블 영화에서 코제트와 사랑에 빠진 청년 마리우스가 총상을 입고 목숨을 잃을 뻔 하지만 양부 장 발장이 맨홀 뚜껑을 열고 파리 지하에 거미줄 같이 뻗어 있는 하수도를 통해 구출한다.
 나폴레옹 3세는 19세기에 이미 폭우 때마다 물바다가 되는 파리 시가지를 대대적으로 정비하면서 대형 하수도를 만들어 관광명소가 됐다. 맨홀은 사람(man)이 들어가는 구멍(hole)이라고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맨홀은 하수도로 통하는 것이 있고 상수도로 통하는 맨홀, 전기통신선이 모여 있는 곳으로 통하는 맨홀이 있다.

 지난 8일 집중호우로 서울 강남지역이 물바다가 됐다. 40대와 50대 남매가 뚜껑이 열린 맨홀 근처를 지나다 누나가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고 누나를 구하려던 남동생마저 빠져들어 가는 참사를 당했다. 서울 시내에는 그런 하수도 맨홀이, 4만여개다. 서울시는 뒤늦게 맨홀 뚜껑 아래에 그물이나 철 구조물 같은 ‘맨홀 추락 방지 시설’을 설치한다고 밝혔다. 
 반지하·옥탑방·고시원은 한국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상징한다. 주거용 반지하는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우리나라의 열악한 생활공간이다. 거주자들은 악취와 곰팡이, 벌레와 싸워야 한다. 영화 ‘기생충’에서 반지하가 등장해 세계적이 됐다. 8일 밤 집중호우가 서울 신림동 반지하 주택을 덮쳐 장애인 등 가족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외신들은 어느새 ‘banjiha’를 고유명사처럼 쓰면서 한국의 폭우 피해를 전했다. 영국 BBC 방송은 이번 참사에 대해 "영화 ‘기생충’ 속 폭우 장면을 연상시키지만 결말은 더 최악"이라고 보도했다. 
 우리나라 반지하 가구 수는 32만7,320가구(2020년)에 이른다. 이 가운데 60% 이상이 집값이 비싼 서울에, 서울에서도 침수 피해가 잦은 관악구와 동작구 등지에 몰려있다.(통계청) 서울시는 영화 촬영 현장을 돌아보는 ‘기생충 투어’로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는 한편, 반지하 환경을 개선하는 맞춤형 집수리 지원에 나선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폭우를 겪으면서 주거 취약계층의 안전을 위한 조치는 전무했음이 드러났다. 파리의 하수도와 달리 시민 목숨을 노리는 한국의 ‘맨홀’과 ‘반지하’가 외국인 관광꺼리가 될 판이다. 


김병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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