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효정 울산시교육청 장학사

  장학사, 교육활동  현장 지도·조언 역할
  사회 다양한 의견 정책방향의 나침반돼
  울산 아이들 위한 정책기획·실천 ‘다짐’

 

# 장학사는 어떤 사람인가?
 학창 시절, 장학사가 온다고 소리 없이 투덜대며 열심히 교실 청소를 했던 기억이 있다. 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아마도 나이가 30대 이상은 되지 않았을까? 요즘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학교에 장학사가 왔다 갔는지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교육 활동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서 소리 소문없이 조용히 다녀오려고 노력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장학사는 교육연구사와 함께 특정직에 속하는 교육공무원으로 시도교육청, 교육지원청, 직속기관 등에 근무하며 교육정책과 교육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울산교육청에는 학교, 지원청, 소속기관을 통틀어 17,206명의 직원 중 217명, 약 1.26%가 교육전문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교육연구사를 제외하면 장학사 수는 더 줄어들 것 같다. 
 장학사는 현장을 지원하고 교육정책을 기획하며 교육목표, 교육내용 등 교육활동 전반에 걸쳐 교육현장을 지도·조언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학교교육에 대한 경험과 전문성을 지니고 있어야 함으로 교사로서의 교육 경력이 있어야 하며 공개 선발 과정을 거쳐 임용이 된다.
 
# 우당탕탕 초임 장학사 2주일 보내기 
 초등 교사로서 20년 이상의 교사 시절 동안 나름대로 성실하고 열정적인 자세로 교사 생활을 하며 현장 전문성을 쌓아왔다고 생각했다. '고 3시절에 이렇게 공부했으면 서울대를 갔겠구나' 달밤에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손목과 뒷목에 파스를 붙여가며 공부해 교육전문직 시험을 어렵게 통과했다. 기뻤던 순간도 잠시, 장학사 업무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리라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열심히 하면 곧 적응하겠지라고 생각했던 그 시절의 나에게 '무엇을 생각하든 그 이상'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발령받은 첫날부터 하루 3~10건의 민원 응대를 하고, 1주일도 안돼 국회의원 요구자료를 작성하고, 2주일도 안돼 교육감님께 업무보고를 해야 했다. 교육감님께 제출된 자료와 준비해 간 자료가 달라 식은땀을 흘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떤 장학사는 발령 2일차에 국민신문고 답변을 작성해야 했다 하니 그에 비하면 나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 한걸음, 두걸음 장학사로 성장하기
 그 후 일년 동안 울산교육청에서 장학사직을 수행하며 가장 많이 한 일은 듣고 보고 질문에 대해 답변하는 일이었다. 온라인 설문, 언론 기사, 텔레비전 뉴스, 시의회, 국민신문고, 전화민원, 국정 감사, 간부 회의, 각종 협의회, 워크숍, 현장 방문, 공문 등을 통해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의 각기 다른 의견을 보고 들었다. 또한 교육정책 운영 사유, 결과, 개선점, 변경 요청, 건의 사항, 요구 사항 등 너무나 다양한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해야 했다. 처음엔 왜 자꾸 이런 질문을 하는지 답을 찾으려니 힘들고 어려워서 질문하는 사람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는데 장학사로서의 업무 경험이 쌓여가면서 이러한 질문들이 교육정책이 나아가는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임을 알게 됐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나날이 복잡해지는 사회 속에서 모두가 만족하는 정답을 찾기는 힘들다. 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정책이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고, 확인하고, 모자란 부분은 보충하고, 잘된 부분은 확장하면서 공감대 형성을 통해 더 나은 정책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함께 생각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정책
 처음에는 교사와 장학사의 일이 너무 다르다고 생각했다. 장학사는 일단 수업을 하지 않으니 교사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학생을 가르치는 일과 전문성과 독립성을 지닌 교사와 학교를 지도·조언·지원하는 일, 다양한 상황에서 다른 삶의 경험을 지닌 학부모들의 요구를 정책에 반영하는 일이 다른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닮은 부분이 있었다.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묻고 공감하면서 현재 상태를 진단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판단하고 방법을 찾아서 지원하거나 또는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2년이라는 짧은 장학사 경험, 아직은 한참을 더 가야 장학사의 역할이나 역량 등을 논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우당탕탕 초임 장학사 시절을 지나고 보니 새롭게 장학사가 되시는 분들께는 현장의 질문을 두려워하지 말고 소통과 공감으로 함께 생각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정책을 기획하시길 조언해 드리고 싶다. 또한 이 글을 보고 계신 선생님, 학부모님, 학생들, 시민들께는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각종 설문과 의견 수렴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질문하고 의견을 내시는 것이 우리 울산교육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큰 도움임을 말씀드리고 적극 참여를 부탁드리고 싶다.
 또한 271명의 교육전문직원 중 1명인 장학사로서 나 역시 울산교육이 공교육의 표준이 되기를 꿈꾸며 우리 울산 아이들이 행복한 내일을 살아갈 교육정책을 고민하고 기획하고 실천해 나가고자 스스로 다짐해 본다.

장효정 울산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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