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다이빙 사상 첫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인 김수지 선수가 오는 10월 7일 개막하는 울산전국체전 준비에 한창이다.

 

“시합 앞두고 컨디션 조절할 때는 40번, 시합 없을 땐 100번 정도 뛰는 것 같아요. 하루에.”

점프부터 낙하, 입수까지 3초 남짓한 시간에 모든 게 판가름 나는 ‘다이빙’. 한 번의 기회에 준비한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하는 스포츠 종목이다. 이 냉정한 세계에서 ‘한국 다이빙 간판’이라는 타이틀을 짊어지고 오늘도 10m 높이에서 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선수가 있다. 김수지(울산시청·24) 선수다.

울산 출신인 그는 2012년 만14살 당시 최연소 태극전사로 런던올림픽에 출전했고, 2020도쿄올림픽에서는 한국 최초 올림픽 준결승에 진출했다. 2019년에는 한국 다이빙 사상 첫 세계선수권 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다이빙을 시작한 이후로 최초, 최연소 신화를 써내려온 김수지 선수를 만나 이번 울산전국체전에 참가하는 포부를 들어봤다. 

제작진과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김수지 선수. 수영복을 입지 않은 그의 모습은 여느 평범한 20대 같았다.

 

Q. 다이빙을 시작하게 된 계기

A.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했어요. 활발한 성격이라 수업시간에 제대로 앉아 있는 날이 별로 없었고 체육 시간을 제일 좋아했어요. 가만히 있지를 못하니까 담임선생님께서 추천해주셔서 방과후수업으로 배우게 됐습니다. 사실 수영인 줄 알고 배웠는데 갑자기 다이빙을 시키셨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다이빙 선수가 됐어요. 수련회나 수학여행도 못 가봤고 매번 시합이 겹치는 바람에 졸업식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저는 선수시절 선수로서의 추억이 있어서 괜찮아요.

다이빙 후 꼼꼼히 자신의 자세를 체크하는 김수지 선수.

 

Q. 다이빙의 매력은?

A. 높은 곳에 올라가 모든 준비를 끝낸 후, 단 한 번의 기회에 모든 걸 완벽하게 성공해내는 게 쾌감이 큰 것 같아요. 초등학교 6학년 소년체전이 끝나고, 중학교로 올라가면서부터 10m 플랫폼 등록을 하는 게 시작되거든요. 사실 저는 그 단계가 너무 무서웠어요. 그래서 부모님께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는데 소년체전에서 너무 성적이 잘 나온거예요. 그래서 부모님이 “안돼. 계속해”라고 하셔서 여기까지 왔어요. 제가 다이빙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더라도 ‘이 정도의 보상심리를 얻으면서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있어서 항상 할 때마다 재미있어요. 행복하고.

다이빙 연습중인 김수지 선수.

 

Q. 지금은 높은 곳이 무섭진 않은지?

A. 어릴 때는 제 감각을 다 모르니까 더 무서웠던 것 같고, 지금은 제가 해온 시간이 오래되다보니까 발이 다이빙 보드에서 떨어지면 제 몸이 알아서 할 걸 알아요. 무서워도 ‘무시해’ ‘그냥 해’ 되새기면서 하는 거 같아요. 다이빙을 하면서 고소공포증이 생겨서 그만두는 사람들도 종종 있어요. 물론 저도 무섭긴 무섭고 다친 적도 많아요. 입수 전에 허리가 꺾인 적도 있고 점프 동작이 많다보니까 발목, 무릎 관절 같은 곳이 자주 아프고요. 높은 데에서 손으로 떨어지니까 손목이나 어깨도 많이 다치는데 재활 운동으로 꾸준히 케어해주고 있어요.

 

Q. 성공, 실패 여부 느낌이 오나요?

A. 점프를 시작할 때부터 느껴지고, 물에 손이 닿을 때쯤 한 번 더 느껴져요. 공중 동작에서부터 입수까지 다 연결되다보니까 공중 동작이 잘 안되면 입수 부분도 살짝 실수가 나오거든요. 만약 경기가 만족스러우면 빨리 물 속에서 나오고 싶어서 옆으로 돌면서 나오는 동작이 빨라져요. 아마 제 국제대회를 보신 분들은 바로 아실거에요.

 

Q. 점프한 찰나의 순간 동안 떠오르는 생각은?

A. 엄청나게 많은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물에 들어간 후엔 기억이 안나요. 점심, 저녁 뭐먹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참고로 물에 닿기까진 눈을 뜨고 있다가 물에 들어갈 땐 눈을 감고, 물 안에서 다시 눈을 떠요.

높이 5m, 7.5m, 10m에 달하는 플랫폼 다이빙. 여기서 뛰어 내리는 선수들은 단 몇 초만에 준비한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한다.

 

Q. 다이빙에 대한 관심이 느껴지는지?

A. 제가 처음 국가대표팀이 됐을 땐 관심 없으신 분들이 정말 많았거든요. 그런데 도쿄올림픽 때 선전했고, 우하람 선수가 브라질 올림픽에 나갔을 때부터 사람들이 다이빙이 어떤 종목인지 아시더라고요. 그것까지만 해도 감사하죠. 조금 더 바라는게 있다면 다이빙 선수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그러다보면 다이빙의 매력도 더 많이 알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울산전국체전 참가 목표는?

A. 제가 요즘 몸 컨디션이 그렇게 나쁘지 않아요. 기분도 많이 좋고요. 홈 그라운드라고 해서 꼭 메달을 많이 따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여느 때처럼 즐기고, 최선을 다하고, 후회 없이 경기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습니다.

 

김수지 선수는 매일 40번에서 100번을 뛰어내린다.

Q. 김수지 선수에게 다이빙이란?

A. ‘공기’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숨을 쉬듯 제게 꼭 필요한 존재고, 이걸 해야 잠이 잘 오거든요.

 

자신이 다이빙 하는 모습을 타투로 새긴 김수지 선수의 자부심은 10m 플랫폼 그 이상으로 높아보였다. 그는 10월 8일 플랫폼 다이빙을 시작으로 9일 스프링보드 3m, 싱크로다이빙 3m, 플랫폼 싱크로다이빙, 스프링보드 1m 종목에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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