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하늘에서 바라본 울산 동구 무허가촌 '성끝마을'은 최근 새로 생긴 슬도아트 건물과 함께 푸른색 철모자를 뒤집어 쓴 집, 카페, 식당 등이 모여있다. 이수화 기자
16일 하늘에서 바라본 울산 동구 무허가촌 '성끝마을'은 최근 새로 생긴 슬도아트 건물과 함께 푸른색 철모자를 뒤집어 쓴 집, 카페, 식당 등이 모여있다. 이수화 기자
 
윗마을과 아랫마을 사이에 성끝마을 방문을 환영하는 문구의 표지판과 무허가촌인 성끝마을의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문구의 표지판이 같이 세워져 있어 성끝마을의 아이러니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이수화 기자
윗마을과 아랫마을 사이에 성끝마을 방문을 환영하는 문구의 표지판과 무허가촌인 성끝마을의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문구의 표지판이 같이 세워져 있어 성끝마을의 아이러니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이수화 기자
 

(3)사람들은 밀려오는데...'모두가 불법 장사'

울산 동구 성끝마을은 불법과 관광,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

성끝마을에는 무허가 마을인 탓에 지난 2012년에야 겨우 첫 '상하수도' 시설이 생겼다.

이런 마을에 유명관광지 필수라는 '인스타 핫플' 카페가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다. 지난해 새로 생긴 카페만 2곳이다. 이제 슬도 카페거리는 이 곳을 지칭하는 말이 됐다. 하지만 신규 카페 두곳 모두 지난해 '불법 영업'으로 동구청으로부터 고발당해 한 곳은 벌금 처분을 받았다.

지난 10일 고발당한 두 곳 중 한 카페를 찾았다. 평일임에도 10명 내외의 젊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이 카페는 최근 늘어난 슬도 '서핑족'을 위해 샤워실을 갖춘 곳으로도 유명하다.

취재진과의 만남을 완강히 거부하던 이 카페 점주는 '슬도 관광'에 대해 의견을 구하자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나는 슬도 서핑을 활성화시키고 싶은 사람 중 한 명"이라며 "가뜩이나 놀거리가 부족한 동구에 겨우 해양레저 활성화 움직임이 보이는데 샤워실은 턱없이 부족하다. 관광엔 그에 맞는 시설이 필요했고 최적의 동선은 여기다"라고 호소했다.

6년 전, '사진 붐'을 일으킨 또다른 카페. 이곳도 불법이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카페엔 평일, 주말 편차가 있지만 하루 최대 100명을 훌쩍 넘는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고.

이 카페 사장은 성끝마을이 고향이다. 그는 "이곳은 1962년 대왕암공원 개발 공원 부지에 포함되면서 전부터 살아오던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무허가 주민'이 된 곳이다"라며 "대부료, 취득세 등 세금은 국유지라는 이유로 더 낸다. 이 슬도를 살려낸 것은 지자체가 아닌 주민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성끝마을 건물들 전체가 무허가이다. 원칙적으로 불법건축물 옆 식품·위생업은 불가능하다. 해당 카페를 포함한 모든 음식점들은 식품·위생업이 아닌 도·소매업으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마을엔 군데군데 벽화가 그려져 있다. 성끝마을주민자치위원회와 울산 동구 방어동행정복지센터가 함께 작업한 것이다. 벽화를 따라가다 보면 곳곳 음식점이 있다. 대부분 주민의 생계와 직결된 가게들로, 오래된 집을 개조해 만들었다.

모두 행정처분 대상이다.

실제 동구가 이달 '계고장'을 전달한 가게는 모두 11곳. 마을 전체 카페와 음식점이다.
 

김인숙(68) 씨는 성끝마을에서 태어나 자랐고, 이곳을 떠나본 적이 없다고 한다. 현재는 성끝마을 내에서 가장 오래된 횟집을 40년째 운영해오고 있다. 이수화 기자
김인숙(68) 씨는 성끝마을에서 태어나 자랐고, 이곳을 떠나본 적이 없다고 한다. 현재는 성끝마을 내에서 가장 오래된 횟집을 40년째 운영해오고 있다. 이수화 기자
 

주민들의 도움으로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음식점을 찾았다. 이 가게는 무려 40년간 영업했다고 한다. 주인 김인숙(68)씨는 마을에서 태어나 자란 주민 중 한명이다.

김 씨는 "관광지인 슬도에 가장 필요한 것이 먹거리다. 길거리 문화를 만들어 줘야 애들이 모여 들지, 애들이 와서 커피 한 두잔만 먹고 바로 돌아갈 수 없지 않나"라고 전했다.

김 씨는 "관광버스가 가끔 오는데 핫도그 하나 사먹을 데가 없어 한바퀴 휙 돌고는 바로 경주로 넘어가버리기 일쑤다"며 "신규 카페야 들어온 지 얼마 안돼 그렇다 쳐도 원래 있던 먹거리는 보존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40대인 딸 역시 이 마을에 거주하며 휴게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의 딸은 "계고장만 수십번이다"며 "사람들은 밀려오는데 관광 기반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조정남(66) 씨는 35년 전 홀로 어린 두 자녀를 데리고 성끝마을로 흘러들어와 터를 잡고 생계를 위해 식당을 운영해오고 있다. 이수화 기자
조정남(66) 씨는 35년 전 홀로 어린 두 자녀를 데리고 성끝마을로 흘러들어와 터를 잡고 생계를 위해 식당을 운영해오고 있다. 이수화 기자
 

'슬도 맛집'으로 유명한 가게도 누군가의 유일한 생계수단이다.

27년째 어패류 가게를 운영 중인 조정남(66)씨는 35년 전 무허가마을 인지 모르고 이곳으로 와 정착했다.

그는 "남편을 일찍 잃고 당시 8살, 9살 두 아들과 이곳으로 왔다"며 "아무것도 없이 허술한 천막에 장사를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일궈낸 가게로 두 아들을 홀로 키워내고, 이제는 유일한 터전이 됐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그는 "정식 등록을 할 수만 있다면 수천번이고 했다. 단지 도시계획 용도가 공원 부지라는 이유로 허가를 낼 수 없다는 통보는 내 삶이 한 참 일궈진 후였다" 회상했다.

동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슬도 방문객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2021년 15만2,089명이던 관광객 수는 2022년 19만8366명, 2023년 20만9,490명에 달했다.

동구는 지난해 9월 슬도 등대 앞에 있던 계수기를 성끝마을 입구인 슬도아트 앞으로 옮겼다. 그만큼 마을을 지나치는 유동인구가 많다는 방증이다.

동구 관계자는 "지난해 신규 개점한 카페 2곳에 대해선 '원상복구'가 이뤄질 때까지 지속 계고하고 고발장을 접수할 예정"이라면서도 "아직까진 '강제 철거'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계속>

김귀임 기자 kiu2665@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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