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끝마을 초입에 세워져 있는 길안내 표지판으로 울산의 대표 관광지인 대왕암공원, 슬도, 성끝마을 등으로 향하는 길을 표기하고 있다. 이수화 기자
성끝마을 초입에 세워져 있는 길안내 표지판으로 울산의 대표 관광지인 대왕암공원, 슬도, 성끝마을 등으로 향하는 길을 표기하고 있다. 이수화 기자
 
울산의 대표 관광지로 꼽히는 대왕암과 슬도 사이에 성끝마을이 위치하고 있다. 이수화 기자
울산의 대표 관광지로 꼽히는 대왕암과 슬도 사이에 성끝마을이 위치하고 있다. 이수화 기자
 
울산의 대표 관광지로 꼽히는 대왕암과 슬도 사이에 성끝마을이 위치하고 있다. 이수화 기자
울산의 대표 관광지로 꼽히는 대왕암과 슬도 사이에 성끝마을이 위치하고 있다. 이수화 기자
 

(4)개발사업은 하세월, 계속되는 '희망고문'

"이제는 성끝마을 쪽에 공원시설 말고 리조트를 만든다고 하네. 또 수년이 걸리겠지…."

무허가촌인 울산 동구 성끝마을은 지난 1962년 지정된 '울기공원'에 포함됐다. 그러다 지난 2004년 '대왕암공원 조성계획'이 확정되면서 성끝마을은 60년 넘게 공원 조성 '예정지' 신세다.

하지만 조만간 성끝마을 부근이 공원지구에서 해제될 수도 있다. 울산시와 동구청이 성끝마을 부근을 공원에서 해제해 호텔, 리조트 등 체류형 관광지를 만들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용도변경에 따른 사유지 '환매문제' 등으로 구역지정이 늦어지고 있다.
 

성끝마을 한 입구에 즐비한 식당들. 이수화 기자
성끝마을 한 입구에 즐비한 식당들. 이수화 기자
 
성끝마을 '슬도 카페거리' 내에 카페들은 핫플로 알려지며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수화 기자
성끝마을 '슬도 카페거리' 내에 카페들은 핫플로 알려지며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수화 기자
 

울산 동구에 따르면 대왕암공원 전체 면적은 총 94만2,000㎡. 이 중 기획재정부 소유의 국유지인 성끝마을은 6만2,000㎡로 약 6%가량이다. '대왕암공원 조성계획'에 성끝마을은 '해양테마활동지구'로 예정돼 있다. 소리체험관(현 슬도아트), 토이랜드, 스포츠게임센터, 고래테마조각공원, 해양생태수족관 등 민자시설 포함 12개 시설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들어선 시설은 지난 19일 재개관한 슬도아트가 전부다.

이런 상황에서 울산시와 동구는 성끝마을 인근을 '꿀잼도시 울산' 실현을 위해 '체류형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다시 그리고 있다. 울산시와 동구는 이를 위해 2021년 4월부터 관광지 지정 용역을 추진했지만 2022년 4월 중단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체류형 관광지 구역조차 정확히 구분 짓지 못하고 있다. 성끝마을 일대가 '공원구역'인 만큼 관광지로 용도 변경할 경우 '사유지 환매문제' 등 절차가 복잡하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이 2021년 8월에 개정되면서 공유재산으로 매입을 하면 취득일이 아닌 사업일로부터 10년 기간까지 '환매'가 발생한다. 즉 공원에서 관광지로 변경하게 된 그 지점부터 10년간 지주들한테 돌려줬다 '다시' 되사야하는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혈세가 낭비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성끝마을 주민들의 운명이 다시 기관과 주변 사유지 지주들의 손에 달린 것이다.

취재에 응한 성끝마을 주민들은 공원이든 관광지든 마을의 미래가 빨리 결정되기를 바라고 있다. 마을의 개발 방향이 명확해져야 이주 등 후속 대책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대왕암공원이 전국적인 인기를 끌자 울산시는 지난 2022년 성끝마을 117개동, 122세대의 이주를 검토했었다. 결과는 마을 전체의 이주는 '불가능'하다 였다. 토지보상법 제40조(이주대책의 수립·실시)에 따라 무허가건축물 소유자는 이주대책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다만 이주대책으로 공익사업의 시행이 사실상 곤란하게 되는 경우 600만원~1,200만원의 이주정착금이 지급될 수 있다.

이에 울산시와 주민들 사이에선 마을임시주차장 기준으로 윗마을, 아랫마을로 나눠 윗마을은 보상(이주)을 추진하고, 아랫마을은 이주가 아닌 '향토마을'로 보존하자는 얘기가 오갔다.

하지만 관광지 개발 이슈가 등장하면서 모든 논의는 멈춘 상태다.
 

성끝마을의 집들은 태풍에 취약한 푸른색 철판 지붕이 주를 이루고 있어 강풍에 날라가 피해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콘크리트 벽돌 등을 지붕 곳곳 얹거나 줄로 지붕을 연결해서 묶어두고 있다. 이수화 기자
성끝마을의 집들은 태풍에 취약한 푸른색 철판 지붕이 주를 이루고 있어 강풍에 날라가 피해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콘크리트 벽돌 등을 지붕 곳곳 얹거나 줄로 지붕을 연결해서 묶어두고 있다. 이수화 기자
 

조돈희 성끝마을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오래전부터 주민들은 아주 소박한 요구를 가지고 있었다"며 "우리를 그냥 이 마을에서 살게만 해달라는 것이다"고 전했다.

조 위원장은 "관공서에서도 주민과의 만남이 있을 때 마다 '아랫마을의 경우 당신네들이 그냥 살게 해달라 했으니 동피랑마을처럼 그렇게 살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공통된 의견은 윗마을 집을 아랫마을로 이주시켜 아랫마을 자체를 '향토마을'로 만드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울산 동구의회에서는 지난해 '성끝마을 경로당'의 혜택 지원을 위해 '울산 동구 미등록 경로당 지원 조례안'을 제정하기도 했다. 무허가마을인 성끝마을은 모든 행정 지원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당시 조례를 추진했던 박문옥 구의원은 "성끝마을을 부산 흰여울마을처럼 '관광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부산 흰여울마을의 경우 '프랜차이즈' 가게가 한 군데도 없다. 모두 '무허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국구 관광지로 변모했다"면서 "우리도 성끝마을이 슬도와 대왕암 등 주변 관광 자원과 연계해 이야기가 있는 관광자원으로 바뀔 수 있도록 행정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동구 관계자는 "대왕암공원 조성사업의 경우 관광지 지정 용역 결과에 따라 사업 추진이 결정된다"며 "관광지 용역 역시 잠시 중단된 상태다. 추후 용역을 재개해 울산시에 지정 신청을 할 것이지만 아직까지 명확하게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울산시 관계자 역시 "관광지 지정 용역의 경우 아직 구역이 확정되지 않아 진척상황에 대해 말할 것이 없다"며 "이주대책 역시 마찬가지로,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을 아꼈다. 김귀임 기자 kiu2665@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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