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1분기 영업이익 TSMC의 절반…인텔보다도 낮아
2분기 반전 기대…전문가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경쟁력 키워야"

올해 1분기 삼성전자[005930]의 반도체 실적이 외형과 수익면에서 모두 글로벌 경쟁사들에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D램 가격 강세에 힘입어 올해 2분기에는 실적 개선을 노리고 있지만,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패권 다툼 속에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이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삼성전자, TSMC는 물론 인텔에도 1분기 수익 밀려

삼성전자는 1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매출 19조원, 영업이익 3조3천700억원을 기록했다고 6일 밝혔다. 작년 1분기 대비 매출은 8% 가까이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6% 감소한 것이다.

올해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이 예고된 것을 감안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다.

최근 중앙처리장치(CPU) 부문에서 AMD와 엔비디아의 위협을 받고 있는 인텔의 실적도 썩 좋지만은 않았다.

인텔의 1분기 매출은 197억달러(약 22조1천억원), 영업이익은 37억달러(약 4조1천억원)로 작년 동기(매출 198억달러, 영업이익 70억달러)보다 악화됐다. 연초 노트북 PC 수요는 크게 늘었으나 주력인 데이터센터용 서버의 부진이 지속된 까닭이다.

그렇지만 매출, 영업이익 모두 삼성전자보다는 나은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까지 삼성전자가 인텔에 매출은 뒤져도 영업이익은 앞섰는데 그 추이가 깨진 것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는 역대급 실적으로 승승장구중이다.

1분기 매출은 129억달러(약 14조5천억원), 영업이익은 53억6천만달러(약 6조원)로 모두 사상 최고였다. 삼성전자보다 매출은 4조원 이상 작은데 영업이익이 2배 가까이 높았다.

TSMC는 전세계 56%에 달하는 점유율을 앞세워 5㎚(나노미터·10억분의 1m)와 7nm 등 첨단 초미세 공정에서 매출의 절반을 벌어들이며 수익성을 극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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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반도체 부진의 근본 원인은 비메모리…파운드리 등 1천억 적자

삼성전자는 1분기 반도체 성적이 부진했던 이유로 미국 텍사스주 한파에 따른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의 가동 중단과 선단공정(최첨단 공정) 전환에 따른 초기 투자비 증가를 꼽았다.

오스틴 공장이 한 달 이상 멈춘 탓에 3천억∼4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평택 P2라인 등 고가의 극자외선(EUV) 장비가 투입되면서 비용이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D램 가격은 강세였지만 낸드 가격 하락이 지속되며 메모리 부문의 성적도 신통찮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파운드리와 시스템 반도체 등 비메모리 부문의 부진에서 찾는다.

삼성전자는 선단공정인 5나노 파운드리에서 지속적으로 수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양품을 곧바로 생산해내지 못하면 버리는 웨이퍼가 많아 손실이 발생함은 물론,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 기업들이 생산을 믿고 맡기기도 어렵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시스템 반도체 부문도 아직 이렇다 할 수익을 못내고 있다. 소니에 이어 2위인 CMOS 이미지센서 정도가 체면치레하고 있지만 시장이 크지 않다.

증권가는 올해 1분기 삼성전자가 메모리 부문에서 3조5천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부문에서 1천억원 정도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했다.

오스틴 공장의 손실을 고려해도 전 세계적인 반도체 및 파운드리 공급부족 사태를 고려하면 저조한 성적표다.

비메모리의 부진으로 삼성전자의 1분기 반도체 영업이익률은 17.7%까지 떨어졌다.

2019년 3분기(17.3%)에 이어 최근 5년 내 두번째로 낮은 수치로 TSMC(41.5%) 영업이익률의 절반 이하였고, 최근 삼성보다 낮았던 인텔(18.8%) 수준에도 못미쳤다.

◇ 2분기부터 반등 기대…전문가 "파운드리 경쟁력이 관건"

삼성전자는 실적 부진에 따른 우려를 고려한 듯 1분기 실적발표 때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주력 생산 제품까지 사전에 공개하며 전례없는 자신감을 피력했다.

최근 기술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메모리 부문에서 하반기에 15나노 D램과 128단 6세대 V낸드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첨단 EUV를 적용한 14나노 D램 생산에 돌입한다고 소개했다. 하반기에 176단 7세대 V낸드 양산에도 들어간다.

일단 삼성전자는 점유율 1위인 D램 가격 급등에 힘입어 2분기부터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분기 D램 가격이 20∼28% 급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삼성전자가 장기적으로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선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부문의 경쟁력 확보가 급선무라고 말한다.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과제는 주력인 메모리나 스마트폰 외에 'TSMC와의 격차를 좁혀가는 위협적인 파운드리 플레이어'라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일단 내년 이후 선보일 3나노 파운드리부터 기존 '핀펫' 공정 대신 차세대 구조인 'GAA(Gate-All-Around) FET' 공정을 적용해 TSMC와의 기술 격차를 뒤집는다는 계획이다.

GAA 공정은 5나노 제품과 비교해 칩 면적을 약 35% 이상 줄일 수 있고, 소비전력을 50% 감소시키면서 성능은 약 30%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TSMC의 막대한 자금력을 어떻게 따라잡느냐도 삼성전자에 주어진 과제다. TSMC와 삼성전자의 연간 반도체 투자금액은 30조∼40조원으로 비슷하지만, 파운드리에만 쏟아붓는 TSMC와 달리 메모리와 비메모리 사업을 병행하는 삼성전자는 양쪽 공정에 분산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기업들의 반도체 증설 경쟁은 이미 불이 붙었다.

삼성전자는 당장 미국에서는 170억달러(약 19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 추가 건설을, 국내에서는 30조∼50조원 규모가 될 평택캠퍼스 P3 라인의 신규 투자 결정을 앞두고 있다.

TSMC는 앞으로 3년간 1천억달러(112조원)가 넘는 자금을 투입하기로 한 가운데 애리조나에 짓는 파운드리 공장도 1개에서 최대 6개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TSMC를 따라잡기 위해 무리하게 파운드리 투자에 집중하면 메모리 사업의 1위 지위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TSMC를 추월할 것인지, 메모리와 균형을 맞추며 따라가는 수준에 만족할 것인지 확실한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며 "총수 부재, 사법리스크 장기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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