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노래’ 우리와 가장 긴 시간 함께 했고 
‘님을 위한 행진곡’ 亞 민주화 운동서 울려 퍼져
 삶·경험 이루는 문화 중심에 예술가 항상 있어

 

 

김근숙 G&갤러리 관장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5월이 시작되자마자 퍼뜩 떠올려지는 노래이다. 
어린이날 노래? 5월이 되자마자 나는 왜 어린이날 노래를 가장 먼저 흥얼거릴까? 이 노래는 언제부터 불렀을까? 작사 작곡은 누가 했지? 이 가사는 곱씹을수록 훌륭한데 외국 번안곡은 아닐까? 그 배경이 어떻게 될까? 

계속 이어지는 궁금증으로 당장에 ‘어린이날 노래’ 검색을 했다. 
길어진 코로나19로 혼자 노는 시간을 즐기는 방편으로 조금이나 미심쩍거나 확인하고 싶은 내용과 연관어를 디지털 자료에서 찾아보는 습관이 만들어졌다. 

1923년 5월 1일이 첫 번째 어린이날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1945년 광복 이후에는 5월 5일로 정했고 ‘어린이날의 노래’는 윤석중 선생이 가사를 만들고 1920년대부터 동요창작을 개척하던 윤극영 선생이 만주로부터 광복된 고국에 돌아와 만든 첫 번째의 동요 작곡으로 1948년 5월 어린이날 때부터 불렀다고 한다. 

그랬구나. 필자를 비롯한 우리나라 사람들과 가장 긴 시간을 함께 한 노래였구나. 

그리고 몰랐던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노동절 행사가 조선노동총동맹의 주도로 2,000여명의 노동자가 ‘노동시간 단축, 임금인상, 실업방지’를 주장하며 1923년 5월 1일에 열렸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 때 독립운동만 하였던 것이 아니구나. 어린이의 존엄과 지위 향상에도 노력했고, 숭고한 노동의 가치를 벌써부터 말하고 있었다. 

여러 세대에 걸쳐 외면 받거나 소외 받는 약자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이들을 위해서 일하고 싸워 온 것이다. 

어라! 당장에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가 저절로 읊조려진다. 5월의 노래로 자리매김한 ‘님을 위한 행진곡’이다. 이 노래는 이제 고인 된 백기완 선생의 ‘묏비나리' 시(詩)에서 소설가 황석영이 다듬어 작사했고, 광주 지역 문화 운동가인 김종률씨가 작곡했다고 한다. 노래의 배경을 찾다보니 41주년이 된 5·18 민주항쟁의 역사도 자연스럽게 들여다보게 된다.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 된 이 노래가 불균등한 움직임에 처해 있는 아시아의 민주화 운동 현장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최근에는 군부와 싸우고 있는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 현장에서 이 노래가 힘이 되고 있다고 한다. 

변방의 미술로 치부되었던 평범하고 동시대적이며 일상적인 현실에서 우리 시대의 위기를 반영하는 동시에 조명하려는 민중미술이, 지금 울산시청에서 그리고 울산교육청에서 열리고 있는 5·18 민중항쟁 41주년 특별전에는 미얀마의 민주화운동에 공감하고 응원도 함께 하고 있다. 이웃의 아픔을 보듬고 모른 척하지 못하는 우리 민족에겐 당연한 퍼포먼스이고 우리 예술가들은 그 몫을 하고자 한다. 

자신의 삶과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의 발전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변화의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규명하려고 최선을 다하기 마련이다. 현실을 구축하는 어려울 수밖에 없는 투쟁에서 긴장은 커질 수 있고, 수많은 실패와 붕괴도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고 말한 영국의 문화비평가인 레이먼드 윌리엄스(1921~1988)의 말에 깊이 공감이 간다. 

불균등한 움직임에서 현대적인 균형을 성취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복잡하고 어렵긴 하겠지만, 새로운 현실을 만드는 과정의 가장 수준 높은 형식 중 하나인 예술적인 도전에서 내게 필요한 가치와 의미들을 찾는 데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가장 의미 있는 우리 삶의 경험을 이루는 문화의 중심에는 시, 노래, 그림 등을 통한 행위를 하는 예술가가 있다는 데는 지나침이 없다. 

(김근숙 G&갤러리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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