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90년을 산다면 잠자는 30년은 침대 신세를 진다. 탄생, 섹스, 통치, 꿈, 죽음…. 삶은 침대에서 시작돼 침대에서 끝난다.

맹수를 피해 나무위에서 잠자던 인류는 약 200만년전 불을 길들이게 되자 야영지로 내려왔다. 취침공간은 바위 아래, 동굴 속으로 넓어졌다. 최초의 침대는 땅을 파낸 구덩이였다. 영어 Bed는 원시 게르만어로 ‘땅바닥을 파내 만든 쉼터’를 뜻한다.

문명에 따라 침대의 높이도 다양해졌다. 접을 수 있는 파라오(왕)의 침대,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크게 만들어진 침대, 나폴레옹이 사랑한 군대의 접이식 야전침대 등. 다리 달린 침대는 사회적 신분의 징표였다. 가난한 사람일수록 바닥에 가까이 잤다.

루이 14세는 침대위에서 프랑스를 다스렸다. 왕의 상징, ‘군주의 침대(the state bed)’는 드라마가 펼쳐지는 무대였다. 윈스턴 처칠은 2차 세계대전때 방공호 침대위에서 영국군을 지휘했다. 
화려한 임종 침대는 천국에서 망자의 신분을 상징한다고 믿었다. 소크라테스는 ‘임종 침대’에서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제자 플라톤의 기록에 따르면 “수탉 한 마디를 빚졌는데 자네가 대신 갚아줄 수 있겠냐?”고 친구에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침대는 금속틀을 사용하고 스프링 매트리스가 등장하면서 호화로와졌다. 온돌 난방 문화와 좌식 생활에 익숙했던 우리에게도 이제 생활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필수 가구가 되었다. 

2020 도쿄올림픽 선수촌의 ‘골판지 침대’가 조롱거리가 됐다. 조직위는 친환경적으로 재활용이 가능한데다 약 200kg의 하중을 견딜수 있다고 설명했다. 역도 109kg급 한국 진윤성 선수는 골판지 골조 일부가 찢어진 침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외신들은 골판지 침대에 2명이상 올라가기가 어렵다며 ‘안티 섹스 베드(Anti-sex Bed)’라는 별명을 붙였다. 도쿄올림픽 슬로건 중 하나는 ‘지구와 사람을 위해’다. 조직위는 대회에서 나오는 폐기물 65% 이상을 재활용키로 했다. 취지는 좋았으나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 ‘재활용 올림픽’의 웃지 못할 두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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