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윤모 시인  
 

오래된 하늘

류윤모

오래된 하늘이다

거기

외줄로 묶어 두었던

식구들의 목숨 줄

하늘만 바라보는 천수답에

관습적으로 벼를 심고

논바닥 쩍쩍 갈라지는

목 타는 가뭄을 건너왔을

이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헌신짝처럼 버려진

헌신이라는 유산

관광이라는 눈 맛의 허울로

띄워 놓은

남해 다랑이논

시루떡처럼

층층을 이룬 시름들

주름투성이 파안들의

농투성이라는 자조 섞인 한탄이

한 맺힌 노래가 되어

이 골짜기를 돌아쳐 스며있을 것(하략)

경북 상주출생

2008년 『예술세계』로 등단

2014년 제14회 울산문학상 수상

시집 『내 생의 빛나던 순간』 『사랑하라 벼랑 위의 목숨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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