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짱뚱어탕’이 별미다. 짱뚱어는 눈이 머리위로 툭 튀어나온 독특한 생김새 만큼 별난 갯벌 생물이다. 아가미가 있지만 물이 빠진 갯벌에서 가슴지느러미로 걸어 다니며 먹이 활동을 한다. 청정 갯벌에서만 서식해 갯벌 생태계의 지표종으로 통한다.

짱뚱어는 펄 갯벌이 발달한 전남 여자만, 득량만, 도암만, 탄도만, 신안 갯벌 등 서남해 연안에서 많이 보인다. 짝짓기철인 5월이면 암놈을 차지하기 위해 입을 쩍쩍 벌리고 힘 싸움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겨울에는 갯벌 깊은곳에서 잠을 잔다. 잠을 많이 자는 사람을 ‘잠퉁이’라 하는데, 짱뚱어 이름과도 연관이 있다. 튀어나온 눈 덕분에 사방을 볼 수 있어 적이 나타나면 순식간에 구멍 속으로 숨는다. 그 행동이 워낙 빨라 ‘탄도어’라고 했다.

조개탕이라면 으레 바지락을 떠올린다. 벌교 대포리에서 뻘배에 조개를 가득 싣고 갯벌을 휘젓는 아낙들을 볼 수 있다. 바닷물이 빠지기 전에 나가 너댓시간 작업을 한다. 이렇게 갯벌에서 찾아낸 조개가 백합목 작두콩가리 맛조개과 가리맛 조개다. 

전남 고흥 남쪽 바다마을 주민들은 ‘바지락 짓갱’으로 몸을 추스린다. 짓갱은 갯벌의 바지락 살만 솥에 넣고 물을 적당히 붓고 끓인다. 여기에 밥과 깨를 짓이겨 넣으면 걸쭉하고 텁텁한 죽과 국의 중간이 된다. 잔칫집에서는 바지락 짓갱이를 대접했다.

‘갯벌 낙지의 본고장’ 전남 무안군은 올 연말까지 축구장 140개 면적의 100만㎡ 갯벌 ‘낙지목장’을 만든다. 최근 무분별한 채취와 간척에 따라 갯벌이 줄어들고 환경 오염등으로 낙지 생산량이 줄고 있다. 국내 소비량의 84%를 중국 등에서 들여오고 있다.

충남 서천, 전북 고창, 전남 신안, 전남 보성·순천 등 4곳의 갯벌을 묶은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s)’이 유네스코 세계 유산이 됐다.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에 이어 14년만에 두번째로 등재된 자연유산이다. 한국의 갯벌에는 멸종위기 물새 22종과 해양 무척추 동물 5종이 서식하며, 범게를 포함한 고유종 47종이 있다. 갯벌은 짱뚱어의 고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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