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논란에 휩싸인 신세계그룹의 오피스텔 건립 계획이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혁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센데다 주변 상인은 물론 건축사회에서도 들고 일어났다. 원론적인 입장 표명만 하던 울산시도 신세계가 내놓은 개발 방안에 대해 계획을 불허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직능단체들까지 반대입장을 밝히면서 신세계 문제는 울산 전체의 현안이 된 느낌이다. 

문제는 대기업의 도덕성이다. 울산시건축사회가 반대 성명을 낸 이유도 여기에 근거하고 있다. 건축사회는 반대 성명을 통해 “신세계와 (백화점)동반진출을 추진하던 일부 건설사는 신세계의 결정(오피스텔)에 울산 혁신도시 내 부지 매각을 검토하는 등 일대 상권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다”고 밝혔다. 

여론 악화의 가장 큰 이유는 신세계가 가지고 있는 울산 혁신도시 개발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 때문이다. 신세계 차정호 대표이사 일행은 지난달 28일 송철호 울산시장, 박태완 중구청장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이익을 생각한다면 혁신도시 부지는 빈 땅으로 남겨두는 게 낫지만, 울산 발전을 위해 개발하려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자신들은 혁신도시 내 부지를 그냥 놔두고 싶지만 주민들이 개발하라고 조르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투자한다는 시혜 성격의 개발이라는 발언이다. 

고압적인 자세를 가진 발언이지만 울산시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그리 많지 않다. 과거 신세계가 중구청과 백화점 건립 MOU를 체결한 것은 맞지만 구속력이 없는 협약에 불과하다. 공식적인 혁신도시 공공투자사업에 신세계가 시행자로 지정된 것도 아닌 상황에서 법적·행정적 제재를 취할 수 없는 형편이다. 

핵심은 신세계가 왜 울산 혁신도시의 중심부에 노른자위의 부지를 확보했느냐는 점이다. 이른바 백화점 건립이라는 애드벌룬을 띄워 여론을 호의적으로 만들고 쉽게 부지를 취득한 뒤 버티기로 일관했다는 주민들의 주장이 그냥 나온 소리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지난 10년간 여론이 움직이면 스타필드든 백화점이든 뭐든 할 것처럼 움직이다가 조용해지면 그냥 세월만 보낸 것이 신세계의 울산 혁신도시 대책이었다. 한마디로 울산 시민들을 우롱했다는 이야기다. 

이제는 이 부분에 대해 신세계는 분명하게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실익이 없어 백화점을 포기 하겠다면 확실하게 입장을 밝히고 대안이 무엇인지 울산시와 중구,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 아무리 재벌기업이라도 지역 사회와 공존하지 않으면 사업을 포기하는 게 옳다. 신세계의 결단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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