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울산대 의대 '편법운영' 논란 이대로 괜찮나
<상> 울산건강연대, '사립대의대 정상화 이행계획안' 문제점 분석 

교육부, 미인가 학습장 폐쇄 등 요구

실습 등 과정 체계적 이전 진행 이유

"2026년까지 울산의대 건물 신축" 답

서울엔 2년만 완공...'시간끌기' 지적

울산건강연대가 본지에 단독 제공한 <교육부의 사립대의대 비인가 학습장 시정처분과 문제점> 자체 분석자료

서울 아산병원의 전유물로 30년 넘게 편법운영 돼 온 울산대학교 의과대학이 "인가받은 울산으로 이전하라"는 교육부 처분을 '사실상 거부'하는 계획안을 고수해 논란이다. ▶본지 6월 29일자 1면·2면 보도
순천향대 의대 등 함께 문제 됐던 지방사립대 의대 5곳 중 상당수는 교육부 처분을 이행하는 '척'이라도 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행보여서 교육부는 '학과폐지'나 '학생정원 감축', '학생모집 정지' 같은 강력한 페널티까지 검토 중이다.
지방의대로 인가받고도 정작 운영은 서울에서 이뤄진 울산대 의대의 지역 환원은 교육부 처분도 처분이지만 무엇보다 울산시의회와 울산건강연대, 울산대병원노조 등 시민들의 '명령'이라는 점에서 "안하나, 못하나"를 둘러싼 논란과 공분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서휘웅 울산시의회 의회운영위원장은 지난 2021년 6월 25일 열린 '제9대 전반기 전국시도의회운영위원장협의회 제8차 정기회'에 <지역 의과대학의 지역 환원 촉구 건의안>을 제출, 협의회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2020년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울산대 의대는 1987년 지역의료 균형발전 취지로 국립대 의대정원을 감축하는 대신 의대 정원을 받아 신설됐으나 현재 울산대 의대생들은 예과1학년 이후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업을 받는 서울의 의과대학이라고 홍보하는 등 당초 취지와 다르게 편법으로 운영되고 있어 울산의 의료체계는 더욱 열악해졌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울산매일신문 포토뱅크>

# 울산건강연대, 분석진단 자료 본지 단독 제공
5일 울산건강연대(상임대표 박영규)는 '편법운영 지적 울산대의대, 2023학년도부터 이론수업만 울산서', '울산대의대 시정명령 미이행 땐 학과폐지 등 페널티' 제하의 본지 보도와 관련해 교육부 처분과 문제점을 진단한 분석 자료를 취재진에 보내왔다.
교육부의 의대 정상화 처분 대상은 울산대·순천향대·가톨릭관동대·성균관대·동국대·한림대 등 지방사립대 6곳이다.
이에 울산건강연대는 올초 이들 대학의 이행계획안을 자체 확보한 뒤 최근 두 달동안 교육부 시정조치는 적절한지, 각 대학 의대는 인가지역 환원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 계획안을 수립했는지, 문제가 다분한 이행계획안을 보완할 해결방안은 과연 뭔지 등을 집중 분석했다.

실제 울산건강연대는 본지에 단독 제공한 <교육부 사립대의대 비인가 학습장 시정처분과 문제점> 자료를 통해 "울산대는 34년간 설립인가를 위반하고도 의대 설립을 사실상 거부했다"고 진단했다.
교육부 처분 수위대로 신속 정확하게 2022학년도부터 시정사항을 이행 중인 순천향대 의대를 제외하곤, 가톨릭관동대·성균관대·동국대·한림대 의대 역시 이행계획안의 수정 보완이 필요한데 울산대 의대는 그 정도가 심각하다는 게 울산건강연대 판단이다.

이 단체는 6개 지방사립대 의대에 대한 교육부 처분을 크게 3개로 압축했다. △의대 인가지역에서 이론수업을 진행하고, 미인가 학습장은 폐쇄하며, 인가지역에 의대 설립 △실습+이론 병행과목은 의대 내 실습실을 설치하거나, 통학가능 거리의 부속·협력병원을 우선 활용, 또는 통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계획 수립 △임상실습교육을 위한 필수지원인력이 아닌 의대 행정실 직원의 의대 복귀 등이다.

울산건강연대는 울산시 행정사무감사를 앞둔 지난 2010년 10월 28일 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의대 편법 운영 문제 해결'을 비롯한 보건의료분야 의제 5가지를 제안했다. <울산매일신문 포토뱅크>

# "환경 구축 핑계 부실 이행안 내놔"
울산대 의대는 교육부가 첫 번째로 요구한 '2022학년도부터 의대 인가지역에서 모든 이론수업 운영' 시정조치와 관련해 이런 이행계획안을 수립했다. 
내용엔 △현재 예과 1학년이 사용하는 울산캠퍼스 자연과학관에 예과 2학년을 위한 강의실부터 추가 확보한 뒤, 2023학년도 신입생부터 울산 본교에서 의예과 모든 이론과목 수업을 진행 △2024학년도 의예과 2학년을 위한 실험실습시설을 울산캠퍼스 자연과학관과 기초과학 실험동에 각각 확보 △의예과 1,2학년 이론·실험실습 과목 뿐 아니라 본과 이론과목 수업의 체계적 진행을 위해 울산 본교에 2026년 11월까지 의대 건물 신축 등이 담겼다.

이를 두고 울산건강연대는 "울산에 의대를 설립해 이론과 실습교육을 할 계획이라기보다는 미인가 학습장인 서울아산병원에서 계속 수업하려는 이른바 '시간끌기'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인가 교육장인 서울의 시설은 25개월만에 완공해놓고, 울산에 신축하려는 의대 건물은 33개월에 걸쳐 준공하겠다는 계획이다"며 시간끌기라고 지적한 이유를 들었다.
특히 "울산대 의대는 2년 과정의 의예과만을 2024년부터 완전 이전하겠다는 계획안을 내놓으면서 '아무런 준비가 안 된 울산에서의 교육은 완벽한 의학교육 환경이 갖춰지기까지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며 이런 문제를 최선으로 해결하고 이동해야 하는 것이 교육을 책임지는 대학의 책임'이라며 교육부의 이해를 요청했다"면서 "이는 교육부 지적사항에 대한 부실 이행계획을 내놓은 것과 다름없다"고 따졌다.

공공운수노조 울산대학교병원분회는 지난 3월 31일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울산대병원 직원 1,000인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대학교는 교육부 시정명령 이행하고 울산대학교 의대를 울산으로 환원하라"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교육부가 2022학년도부터 울산 의대 모든 이론 수업과 실습을 원칙적으로 울산대병원에서 하도록 지시하고, 서울 아산병원 강의실, 교수연구실, 행정실도 모두 울산으로 환원할 것을 통보했는데도 대학이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울산매일신문 포토뱅크>

한편 울산건강연대는 그동안 울산대 의대 정상화는 물론 울산의료원 설립 등 열악한 지역 의료인프라 개선에 꾸준히 앞장서왔다. 작년엔 울산시의회와 연대해 대정부 건의안을 제출하면서 "울산대 의대는 어떤 정상화 노력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교육부 감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조혜정 기자 jhj74@iusm.co.kr

울산시의회 서휘웅 의원은 지난 2021년 11월 16일 시의회 대회의실에서 박병석 시의장, 울산건강연대 박영규 상임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울산대 의대의 역할과 책임 시민 정책토론회’를 열었다.서 의원은 이 자리에서 "울산대 의대가 서울이 아닌 울산에서 교육받고 지역 의료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으로 현재 90%는 와 있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10%는 시민들의 몫"이라며 "지역 의대에서 대학병원, 지역 우수인력의 배출까지 울산 의료 체계가 완성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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