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겸 시장, 사업주도 안겠단 발언
4년 임기내 ‘보이콧’ 의미 확대 해석
합작 해외본사, 국내지사 문의 빗발 
시장 의중 직접 확인 울산 방문 러시

원자력 발전소 6기와 맞먹는 6GW 규모로 추진 중인 울산 먼바다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사업단지' 조성 계획지. 서울 전체 면적의 2배에 달한다.

울산 먼바다에 원자력발전소 6기와 맞먹는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려던 해외 민간사업자들이 "임기 동안 울산시가 부유식 해상풍력사업을 주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김두겸 시장의 '폭탄' 발언 진위를 파악하느라 동분서주하는 분위기다. ▶본지 9월 19일자 3면 보도

김 시장은 당선 이후 '속도조절'을 언급하긴 했어도 브레이크는 걸지 않았는데, 이번 발언이 '앞으로 4년간 사업을 보이콧하겠다'는 의미로 확대 해석되면서 해외에 소재한 본사의 문의가 국내 지사로 빗발치고 있다는 거다.

민간업체로선 단순한 사업 차질을 넘어 자국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비상이 걸린 사안인 만큼, 김 시장의 의중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울산을 방문하는 해외 본사 대표의 발길도 잇따르고 있다.
 

김두겸 울산시장. 김 시장이 최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임기 내 울산시기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을 주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발언한 이후 해외 민간사업자들은 진위 파악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 해외서 김 시장 찾는 발길 잇따라
2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노르웨이의 국영기업이자 유럽의 2대 가스 공급기업으로 꼽히는 에퀴노르 경영진은 이날 오후 울산시를 방문해 김 시장과 30분간 면담을 가졌다.
실제 자크 에티엔 미쉘 에퀴노르 코리아 대표는 김 시장에게 현재까지 추진해온 사업에 대해 설명하며 "그동안 (민선 7기에서) 울산시와 잘 협력해왔으니 앞으로도 부유식 해상풍력 뿐 아니라 다른 영역의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있으면 같이 해보자"는 취지의 대화를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에퀴노르는 울산 연안에서 약 60∼70㎞ 떨어진 공유수면에서 200MW급 '동해1'과 800MW급 '반딧불' 등 2개의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1GW) 건설을 추진 중이며, 전세계 30여 개국에 진출해 석유, 가스, 풍력, 태양광 에너지 등을 개발·공급하고 있다.

우측이 자크 에티엔 미쉘 에퀴노르코리아 대표. 에퀴노르코리아와 동서발전은 2021년 11월 17일 울산 중구 동서발전 본사에서 '국내 해상풍력사업 공동추진 및 상호 기술교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왼쪽은 김영문 동서발전 사장.

김 시장은 이 자리에서 "해외기업이 울산에 투자하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있겠나. 다만, 우리 시에는 실질적인 권한이 없다"며 "전임 시장 체제에선 울산시가 사업을 주도했지만, 민선 8기에선 사업 인·허가권을 가진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보조를 맞춰 나가겠다는 것"이라는 맥락의 답변을 했다고 알려졌다.

이는 앞서 김 시장이 지난 13일 출입기자단과의 취임 후 첫 공식 만찬자리에서 한 발언과 일치한다. 당시 김 시장은 "일자리 32만개가 창출될거라던 장밋빛 청사진에 과연 실체가 있나. 기술개발도 초기 단계라 리스크 부담이 너무 크다"며 "사업 자체를 반대하진 않지만 임기 동안 울산시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또다른 민간사업자인 오션윈즈(OW) 바우티스타 로드리게스 본사 사장도 지난 26일 김 시장과 면담 테이블에 마주 앉았어야 했다. 하지만 하필 그 시기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만남은 불발됐다.
OW는 울산 먼바다에 1.3G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을 추진 중인 케이에프윈드(KFW)의 대주주로, 프랑스 전력회사(ENGIE)와 스페인 전력회사(EDPR), 노르웨이 해양에너지 시추 전문업체 아커솔루션스의 자회사 아커오프쇼어윈드 (Aker Offshore Wind) 등 3개사가 합작한 회사다.

지난 2021년 11월 전임 송철호 시장을 필두로 한 울산시투자유치지원단이 독일을 방문해 RWE와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 관련 MOU를 체결했다. RWE는 올해 3월 울산지방해양수산청에 공유수면 점사용허가를 신청했지만, 민선 8기 출범 이후 핵심 추진 동력 역할을 도맡아 온 울산시 의지가 퇴색하자 일단 사업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 '막차' 탄 RWE은 일단 한발 후퇴
그런가하면 민선 7기 임기 막바지에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사업 '막차'를 탔던 독일 최대 발전사이자 해상풍력 분야 전세계 넘버2인 'RWE'는 김 시장의 '폭탄' 발언 이후, 일단은 울산에서의 사업을 철수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RWE'는 작년 11월 기업 투자유치차 독일을 방문한 전임 송철호 시장과 MOU를 체결한데 이어, 올해 3월 울산지방해양수산청에 공유수면 점사용허가를 신청해 최근까지 협의를 이어오면서 이번주 최종 의견을 제출할 계획이었다. 사업 위치를 변경하면서 시간이 지연됐는데, 며칠 전 김 시장이 "올 연말 확정되는 정부의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고 울산시의 스탠스를 검토하겠다"고 발언하자 사업 추진 시기를 연말 이후로 일단 미루기로 했다는 전언이다.

작년 11월 'RWE'와 같은 시기 송 전 시장과 MOU를 체결한 독일의 바이와아르이(BayWa r.e.)도 지난 6월 울산해수청에 공유수면 점사용허가를 신청했지만 위치가 기존 사업자의 사업영역과 일부 겹치면서 반려됐다.

# 산업부 "재생에너지 확대 입장 변함 없어" 
이처럼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인 민간사업자들은 최근 '대한민국 정부와 울산시의 사업 추진 의지를 보고하라'는 해외 본사의 빗발치는 요구에 동향보고를 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는 후문이다.

민간업체 관계자는 "지금까지 각 사별로 300~5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는데, 전 정권에서 잘못 꿴 '부유식 해상풍력=탈원전'이라는 정치적 프레임 때문에 정작 사업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정부가 주도하는 에너지정책에 따르겠다'는 민선 8기 울산시 입장은 반박불가의 원칙론인게 맞지만, 시가 주도하고 정부가 협력했던 민선 7기와의 온도차가 너무 커 혼란스럽다"라고 한숨 쉬었다.  

또다른 민간업체 관계자는 "울산시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고 정부의 의지를 확인하겠다는데 과연 산업부가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비율을 별도로 특정하겠느냐"며 "최근 민간사업자들끼리 모여 대책을 논의했는데 '연말까지 기다려보자'는 그룹과 '기다린들 답이 있겠나. 일단 김 시장과 면담해 인사라도 하면서 설득해야 한다'는 그룹으로 의견이 나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지금까지 발전사업허가가 이뤄진 6.6GW 규모의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까지 세분화해 반영하진 않을 것"이라면서 "단,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해 나간다는 목표를 차질 없이 수행하겠다. 목표치가 조정될 순 있어도 이 입장은 명확하다"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jhj74@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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