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텔 아드난, '무제' , 2012 , 캔버스에 유채, 13 3/4 x 17 3/4". 에텔 아드난 (Etel Adnan 1925-2021)은 베이루트에서 출생한 레바논계 미국인으로 시인이자 수필가이며 수많은 매체를 넘나들며 작품을 선보인 뛰어난 시각 예술가이다. 저널리스트, 문화 편집자로도 이름이 높았던 그녀는 보기 드문 식자로 현대 아랍 세계의 혼란과 구조적 변화, 비통함을 여러 매체로 철저하게 기록한 작가이기도 하다. 영화, 태피스트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각예술을 표현하였으며, 회화적으로는 비정형의 선과 도형 및 대담한
명선도에서 해돋이성희경동녘에 해 오를 때 쯤매미날개 빳빳해지고바다 주변은 언제나 해돋이로 설렜다뱃사람들 가슴은 풍어로 펄떡였고바닷물결은 햇빛보다 더 붉었다매미울음이 쌓아 놓은 섬해묵은 어둠이 쌓이면낭군 잃은 아낙네의 울음처럼바다는 매미울음으로 밀려온다해송의 젖은 사연들바람의 잔가지에 걸어두고바닷길 갈라질 때면갈래갈래 흩어졌던저마다의 외로움그예 이어질 것인가신선들의 발걸음은밤잠 없는 파도를 부추긴다하루가 숨가빴던 여인들물질하던 가슴에 출렁이는 멍이 든다갈매기 품으로 해풍이 날개 접어도사방의 빛들로 세상은 잠 못들고달려온
한국시낭송 울산연합회 '시낭송스토리극' 공연 모습.읽어주는 사람을 사랑해- 한국시낭송 울산연합회 '시낭송스토리극'가냘픈 페이지를 넘기면비가 옵니다비가 오는 페이지우리가 읽다 멈춘 구절엔하얀 백합이 피었습니다비를 맞는 백합을 보며우린 읽는 사람보다읽어주는 사람이 되었고어두워지도록 서로를 읽어주었습니다그건 첫 장이었고책갈피를 꽂으며 우린다음 장을 궁금해하며 웃었습니다사진=허명·글=이인호
야상곡성자현떼까마귀 돌아오는 저녁삼호 대숲 전망대에서 밤을 맞는다이리저리 몰아치는 고흐의 붓점묘적인 기법의 거친 터치까마귀의 날개가 접힌다막이 오르고세상에서 가장 큰 커튼이 내려진다밤의 얼굴이 호기심으로 빛난다암막 커튼 위로 하나 둘, 불 켜지고영사기 돌기 시작하는데삼 층 벽돌집 창문에서 흘러나오는 형광등 불빛도벚나무를 굽어보고 있는 가로등도강물 위로 그림자를 늘어뜨린 형형색색의 불빛도낮엔 그저 퇴색한 그림자로 있을 뿐내 귀는 지극히 섬세해지고세상에서 가장 성능 좋은 스피커를 가진 밤새들이 숨 쉬고 물결이 흐르고소리들
필립 파레노/'My room is another fish bowl'/헬륨 풍선/2022년作/ 2024 리움미술관 설치동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가 중 한 명인 알제리계의 프랑스 예술가 필립 파레노(Philippe Parreno, 1964~ )는 인간과 사회적 맥락의 다양한 관계를 탐구하여 음향, 조명 등을 활용한 설치와 영상과 퍼포먼스로 표현한다. 그의 작품들은 관객의 참여로 완성되는 유기적인 구조이며 의도된 형태나 행위가 아닌 작품과 관람객의 만남에서 생기는 변화로 언제나 재정의 된다. 따라서 그의 작품들은 전시마다 변모한다
# K형, 계절과 계절사이의 간극이 어지러운 시절입니다. 하지만 들녘에는 봄기운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오늘은 창작뮤지컬인형극「연어의 꿈」순회공연 소식을 전합니다. 이번 공연은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지역 어린이 문화복지 확대를 위해 제작했습니다. 지난 12일부터 시작하여 22일까지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울산문화예술회관으로 접근성이 어려운 삼남읍, 서생면, 두동면 등 농·어촌 지역 어린이들을 찾아가는 공연이었습니다. 누구나 즐거운 문화도시 울산 마실극장 프로그램으로 추진 됐습니다.# K형, 오래된 질문이 있습니다. "울산의 공연은 어른들
소망 우체통성덕희파도가 느긋한 잠을 깨운다간절곶 소망 우체통에서해풍에 절여진 갖은 사연들아직껏 배달되지 않은 채 쏟아져 나온다편지를 읽고 답장을 쓰는 사이서로의 가슴에서꽃이 되고 별이 되어사랑은, 그렇게 짙어지고 있다눈에 와 박히는 젊은 날들해국 소담히 그려진 우표 붙여바닷가 소망 우체통에 넣어본다2007년 , 2010년 등단시집 「그 푸른 기별로」 외
사랑이라는 구도사랑이라는 구도 - 라온무브먼트 '천장' 어둠이 지나간 길을 날았습니다 보였다 사라지고 사라졌다 보이며 풍경 안에서 뒷모습이 휘어지는 우리는 사랑의 구도를 만들었습니다 사랑하는 모습으로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가면 어디에 앉을 수 있을까 풍경 이후를 떠올리는 일은 구도를 향하는 길입니다 구도를 놓고 구도를 떠올립니다 사랑은 구도입니다 글 =이인호· 사진= 허명
서도호/'집 속의 집'/8.1 x 8 x 18.7m/반투명 섬유, 실, 철사/2020 뉴욕을 중심으로 세계 무대에서 활동 중인 서도호(1962~ )는 대한민국의 조각가, 판화가, 설치미술가이다. 그의 다양한 작업 중 가장 특별한 표현 방식은 손바느질로 재현한 반투명한 천집을 철사 구조를 이용해 공중이나 바닥에 배치한 '건축적 설치미술'이다. 실사 크기나 비율로 제작되어 더 압도적이며, 가볍고 빛이 투과되는 환상적인 재질의 거대한 집들은 세계 무대 데뷔와 동시에 그를 동시대 탑클래스의 아티스트로 만들었고, 현재 세계 유수의 미
서종주기다림서종주태화강에는 기다림이 있다.연어를 떠나보낸 할아버지가가을이면 목 뽑아강물만 내다보고 있다황새의 기다림은선 자세 그대로시간을 셈하지 않는다.떼까마귀의하룻밤 기다림이 있고갈대와 대숲의 기다림은머리가 희어지고허리가 굽는다.선바위는 남들의 기다림만 보고 있다.1997년 등단시집 「달같이 살고 싶어라」(1999), 「계절이 지나고 있을 때」(2005) 등 출간
쉐리 삼바 'J'aime la couleur', 2010, acrylic on canvas, 205 x 305 (cm)콩고공화국 출신의 세계적 예술가 쉐리 삼바(Cheri Samba, 1956~ )는 '아프리카 미술의 외교관'으로 불린다. 아프리카의 역사를 바탕으로 콩고의 삶을 묘사하거나 사회의 부조리한 면을 건드리고, 때로 서구 중심의 시각을 비판하며 세계와 교류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어젠다가 되어 대중의 의식이 변하기를 바라며 풍자와 도발로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텍스트를 가미한 뚜렷한 색감 표현이 특
서순옥. 십리 대숲의 비밀서순옥누가 물어나 봤는가세월은 여울목에 눌러 앉아 잠시 쉬어간다고누가 물어나 보던가세월은 여울목에 눌러 앉아 동지를 튼다고누가 물어나 봤겠지세월은 여울목에 눌러 앉아 입덧을 한다고누가 대답해주던가세월은 만삭이 되어 여울목에 눌러 앉았다고누가 가르쳐주던가바람 부는 날 혼자 가보면 저절로 알게 될 거라고2004년 , 2007년 동시 신인상2010년 문학일보 시조 신춘문예 당선
내드름연희단'춤추는 문화의거리'외등은 혼자 삽니다- 내드름연희단 '춤추는 문화의 거리'외등은 눈도 하나오는 모습은 볼 수 있지만떠나는 모습은 못 봅니다외등은 그래서 왜 혼자인지 알 수 없습니다시간의 눈도 하나시간이 되면 외등은 저절로 켜집니다시간은 외등의 유일한 친구외등을 켜는 시간이 짧아지면외등도 덜 외로울까요우린 어떤 시간을 밝히고 있나요사진=허명·글=이인호
피필로티 리스트 / 'Spear To Heaven' / 비디오아트 / 2012 / 리움미술관 동시대 멀티미디어 예술을 견인한 마돈나'비디오의 마돈나'로 불리는 세계적인 영상 작가 피필로티 리스트(Pipilotti Rist, 1962년~ )는 퍼포먼스, 음악, 조각, 영상 등이 어우러진 실험적인 비디오아트와 설치미술로 잘 알려진 스위스의 비주얼 아티스트이다. 그녀의 작품은 강한 색채감과 속도감, 스펙터클한 영상으로 초현실주의, 추상 미술을 아우른다. 또한 여성의 신체에 대한 탐구를 주로 하여 페미니즘 미술을 대표하기도 한다.2
서금자.등대, 한 번도 앉지 못하고-울기등대서금자안개서린 저 노래는솔향을 말아 지었을까많은 날 중 흐린날을 풀어'뿌-우' 아이들 부르고은하수 모아 빚은 별거미줄로 늘여 밤바다에 푼다우주도 안을 우리네 어머니처럼망부석 된 박제상 부인처럼울산 끝자락 '울기'에서 한 세기를 버티어밀어낸 시간에도 밀려드는 시간에도그대는 일편단심으로 섰다대왕암 물빛 다듬는 손길 더 눈부시고비파음 아련한 슬도는 푸르게 깨어난다바람은 날갯짓마다 꿈을 실어 나르고한 잠 눈도 못 붙이고소리로 키우는 꿈바다 향한 끝없는 기도로먼 길 나간 자식들
베르나르 브네 / 'GRIB 1' / 토치절단·강철에 왁스 / 225×215×3.5(㎝) 시원한 붓질을 보는듯한 이 조형물의 작가는 프랑스 태생의 조각가 베르나르 브네(1941- )다. 그리고 이 작품은 종이 위의 낙서가 아니라 강철 부조이다. 베르나르 브네는 철(압연강)을 재료로 대형 작품들을 선보이는 작가로 유명하다. 가공하지 않은 육중한 철선을 엿가락처럼 휘어 미니멀하지만 역동성 최고인 거대한 강철드로잉 걸작을 창조하는 그는 동시대 연금술사 같은 존재이다. 또한 브네는 미국 작가 프랭크 스텔라와 함께 미니멀리즘 미술을 선도
# K형, 역사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고려 후기 1342년 충혜왕 복위 3년에 설곡 정포는 개경에서 천리 길 울주로 좌천됐다" 잘 아시겠지만 고려시대 울산의 옛 이름이 울주입니다. 현대에 맞게 울산으로 지명을 표기하겠습니다. 원나라로 망명하려 한다는 모함을 받아 유배와 같은 좌천을 당한 정포. 그는 어지러운 개경의 정치를 애써 잊으려 울산의 자연을 마음에 담았습니다. 울산의 8가지 경관은 설곡에 의해 최초의 울주팔경시로 탄생했습니다.# K형, 설곡이 노래한 팔경시에는 울산의 아름다운 자연이 그윽합니다. 그 풍경은 태화루,
반구대 암각화박진환불가능이 가능으로 있다육지 동물과 바닷고기가 함께 산다사랑 땅새끼 밴 암놈 곁에 호랑이가 함정에 빠졌다움칠하는 표범 너머멧돼지는 놀리는 듯 교미한다자랄 듯 자란 새끼를 집 떠나보낼 심상으로어미 사슴도 젊은 수컷과 다음의 해후를 푼다이곳엔 사랑만 있다투쟁의 바다인간의 쏜 작살 맞은 고래 결에거북이 몇 마리 사람을 에워싸고새끼를 보호하는 고래순산하려는 범고래와귀신고래 긴수염고래 혹등고래 북으로 북으로 헤엄친다물개만 놀란 여유로 허우적거리고 있다탐욕 인간그물과 배 인간의 함정에 몇 마리 속아 들었다다시 수
변은영무용단 이파리가 모두 떨어졌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불행하단 생각은 안 했습니다 당신이 같은 모습으로 서 있어서 이유는 항상 모습처럼 단순합니다 우리의 분위기는 하늘을 가릴 수 없고 붉은 노을에 취약합니다 가지가 가지를 키워서 잎이 나고 꽃이 피는 건 나중에 생각해도 됩니다 어쩌면 뿌리는 이미 만났을지 모릅니다사진=허명· 글=이인호
이미 크뇌벨/'Element 33.2'/2018/Acrylic, Aluminum/46×38.9×1(cm) '이미 크뇌벨(Imi Knoebel, 1940~ 독일)'은 개념미술을 바탕으로 현대 추상주의 회화를 두루 섭렵하고, 긴 창작 생활 내내 자율적인 형식의 매우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늘 마술처럼 새롭게 펼쳐온 동시대 '추상회화의 거장'이다. 독일 추상미술을 대표하는 그는 특별한 재료 연구와 형태의 다양한 변주, 대담한 색채 구사를 통해,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들며 '건축적 추상화'라는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하고 동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