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환  울산지적발달장애인협회운영위원
조경환  울산지적발달장애인협회운영위원

 4월10일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그야말로 사생결단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4년마다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는 지역의 대표를 선출하고 국민의 총의를 모으는 한바탕 주권자의 잔치여야 하지만 그러나 현실은 온갖 꼼수와 추태가 벌어지고 상대를 향한 무차별 공격으로 국민의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

 그러나 세상의 온갖 술수와 음모, 그리고 배신과 합종연행의 정치적 몸부림이 난무한다 해도 국가 발전과 다음 세대의 생존을 위해 백사장에서 바늘을 찾아내는 심정으로 지역일꾼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국민의 의무요 권리다. 이런 야단법석 속에서  폭력적 테러를 수단으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음습한 세력과 개인의 일탈, 그리고 정치 확신범들의 준동을 우리는 보아왔고 다시 경계경보를 발령해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정치적이든 또는 군사적이든 테러는 힘이 약한 자가 최소의 인원으로 가장 은밀하게, 때로는 공개적이고 도발적으로 최대의 피해와 엄청난 공포심을 유발한다. 그들은 국가 간의 전쟁을 벌이는 대통령이나 군 장성처럼 준비하고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명량’이나 ‘7번 방의 선물’처럼 천만 명 이상을 극장으로 오게 한 영화감독처럼 생각하고 치밀하게 연출해 대중을 공포에 떨게 만들며 때론 그들이 기대한 이상으로 목적을 달성하곤 한다.

 테러범들은 거대한 사회조직과 엄청난 군사력에 손대지 않고도 사회적 공포와 혼란을 조성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치명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질병과 교통사고로 하루에도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해도 무덤덤한 국민이 소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테러에 경악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 사회질서의 붕괴에 대한 우려와 생명에 대한 공포 유발이며 그것이 그들이 원하는 목표에 다가설 가장 효과적 수단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 유세 중 박근해 당대표는 테러범에 의해 커터 칼로 길이 11㎝, 깊이 약 1~3㎝ 흉기 테러를 당했다. 조금만 상처가 더 깊었으면  사망하거나 안면마비가 왔을 거라는 의사의 진단이 있었다. 이어 202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대표지원 유세 중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둔기로 머리를 가격당하는 테러를 당했고 범인은 현장에서 검거됐다.

 최근에는 2024년 1월 부산의 녹산공항 현장 시찰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해 흉기 공격이 있었다. 60대인 범인은 ‘이재명 대표의 대통령 당선을 막고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막으려 했으며 치밀하게 기획된 범죄’라고 경찰은 밝혔다. 같은 달 25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공격이 있었다. 범인은 15살 중학생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했다.

 그러나 여기가 끝이 아니다. 정치 확신범이나 이념에 경도된 자들의 테러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나 그들이 알아야 할 것은 국민이 정치인들을 힐난하고 때론 과하다 싶을 정도로 징치(懲治)하는 것은 그들과 좀 더 나은 사회를 꿈꾸며 함께 숲을 가꾸고자 함이지 결코 나무를 베어 없에자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선거 기간 동안 선출직으로 나서서 국민의 대표가 되려는 사람들은 대면 접촉의 필요성과 효과를 외면할 수 없다.

 그들은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나날이 변화하는 지역의 표심을 읽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 수단은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돌파하는 것이 답이라는 것과 마주잡은 손끝이 전해오는 느낌으로 당선과 낙선을 판단하는 감각을 이미 체득한 사람들이다. 그런 기회를 그들이 놓칠 리가 없지만 그러나 그만큼 혹시 있을 테러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이다.

 온갖 미디어가 발달하고 다양한 홍보 수단들이 있지만 길거리와 시장 골목에서 직접 손잡고 눈 한번 마주하는 것이 아직은 집을 지탱하는 가장 믿을만한 기둥이다. 현실과 이상의 미세한 틈, 그 빛 한줄기의 공간을 정치 확신범들과 테러범의 행동과 손길은 놓치지 않는다.

 앞서 열거한 사례에서 보듯 유세 중인 당대표가 커터 칼과 망치로 공격을 당하고 흉기로 목숨을 위협받고 국회의원이 속절없이 돌멩이로 공격받는 등 우리는 이미 수많은 일들을 겪어왔고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정치 테러는 진영과 노소의 구별 없이 자행됐고 우리 사회의 방어력은 느슨하거나 무력했다.

 그런 와중에도 정치권은 자신들의 유불리를 계산하고 언론과 국민은 진영으로 갈렸으며 당사자들은 그들의 처신 여하에 따라 위기를 반등의 기회로 만들거나 기회를 위기로 만들기도 했다. 자칭 중립을 표방하고 있는 필자를 포함한 울산 저널리즘은 세상을 향한 논평과 전망에서 자주 틀렸고 가끔 비난의 대상이 되곤 했다.

 그러나 그들이 보고 말하고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곡식을 키우는 거름이 되고 때론 위험을 알리는 비상벨이 될 때도 있었다. 4월10일 총선을 앞둔 지금,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어딘가에 있을 정치 확신범들의 준동을 경계하고 혹시나 있을 테러범들에 대한 당국의 철저한 대비를 촉구한다. 정치판을 뒤흔드는 테러와 폭력, 성벽을 기어 오르는 검은 그림자의 내습을 알리는 격쟁 소리가 이미 장안에 가득하다. 조경환

울산지적발달장애인협회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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