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무척이나 매서웠던 2년 전 어느 날 아침, 필자는 출근길 택시를 기다리다 안타깝고 씁쓸한 경험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집을 나오면서 앱을 이용해 택시를 불렀다. 집 앞에서 배차된 차량을 확인하고 탑승하려는 순간 내 옆에서 오랜 시간 추위에 떨며 택시를 기다리신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어르신의 눈빛은 ‘내가 먼저 와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데 왜 젊은이가 나보다 먼저 타느냐’는 듯 원망이 서려 있어 보였다. 

 나는 ‘어르신 제가 새치기를 한 것이 아니라 택시를 미리 핸드폰으로 신청해서 배차받은 택시를 타고 가는 거예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다급히 택시를 타고 난 후 추운데 길에서 직접 택시를 잡기 어려우실 텐데 하는 걱정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얼마 전 뉴스에서 명절 기차표 예매를 인터넷으로만 실시한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인터넷 접근이 어려운 어르신들이 표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는 내용이 머리에 맴돌아 더욱 마음이 무거워졌다. 

 필자는 4년째 노인장애인과 과장으로 근무하면서 어르신들의 편안한 삶과 즐거운 여가활동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고 자부해왔다. 

 울산 남구는 고령사회를 대비해 구립 노인복지관 3개소를 설치해 운영하면서 고령 친화 프로그램 운영 및 지원으로 어르신들의 건강한 노후생활을 위한 든든한 지원군이 돼 왔다. 노인복지관을 이용하기 어려우신 어르신들은 주소지 소재 경로당 146개소에서 노래와 체조, 요가 교실 등 사회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어르신들의 건강한 여가를 위해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있다.  

 급변하는 AI 디지털 시대에 어르신들의 높은 디지털 장벽과 타 세대와의 디지털 격차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일상생활 참여와 교류에 큰 제한이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었다는 부끄러움과 함께 어떻게 하면 어르신들의 디지털 활용향상을 위한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 이런저런 고민들은 고민에서 벗어나 남구만의 어르신 복지정책으로 현실화된다고 하니 기쁜 마음이 앞선다. 올해부터 남구에서 ‘찾아가는 경로당 디지털 교육’을 실시하게 된 것이다.

 이달부터 WiFi가 설치된 관내 경로당 9개소 어르신을 대상으로 실생활에 필요한 키오스크 사용법을 교육에 들어갔다. 현장감 있는 교육 진행을 위해 실제 식당 및 카페에 어르신들이 직접 방문해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현장실습도 함께 진행하며, 자신감도 심어주고 있다. 

 그리고 어르신들에게 꼭 필요한 스마트폰 기능습득을 위해 스마트폰 앱 설치, 문자·사진 전송, 카카오 택시 이용, 동영상 촬영 등 실생활에 필요한 교육도 실시하면서 어르신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보다 섬세한 교육을 위해 강사 외에 보조강사가 함께 참여해서 느리지만 알차고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교육이 되고 있다. 

 교육 후에는 경로당별 디지털 활용 경진대회 및 구정 홍보 동영상 제작 경진대회를 실시해서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급변하는 AI시대 다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자리 제공, 경제적 지원은 물론이고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관심과 지원이 필수적이라 생각한다.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 울산 남구가 어르신들이 디지털기기에서 소외돼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선두에 서서 빈틈없는 어르신 복지를 펼쳐나간다고 하니 반기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남구의 노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15.3%로 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노인 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해 노인인구가 20% 이상인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있다고 한다. 

  어르신들이 다른 사람들의 도움 없이 혼자서도 일상생활을 불편 없이 영위할 수 있는 노후생활을 지향하는 것은 100세대 시대 어르신들과 함께 나아가야 할 우리의 책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차문석 울산 남구청 노인장애인과 과장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