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욱  울산연구원 도시공간연구실장 박사
정현욱  울산연구원 도시공간연구실장 박사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GB)은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연담화)을 방지하고, 도시 주변의 양호한 자연환경 보전에 지정 목적을 두고 있다. 다만, 울산권 개발제한구역은 도시와 도시간 연담화 방지를 위해 대도시권에 걸쳐 지정된 타지역과 달리, 단일도시 내부에 지정되어 있다. 개발제한구역의 기본 목적을 상실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도시의 자연스러운 성장을 막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도시 내부 개발가용지의 부족은 개발제한구역을 뛰어넘는 비지적(飛地的) 개발(개구리 뜀뛰기식의 개발)로 이어져 도시 외곽의 양호한 자연환경을 훼손하고 있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개발제한구역의 조정 및 해제는 개발제한구역의 환경평가제도를 통해 이루어진다. GB 환경평가는 개발제한구역 내 토지의 환경적 보전 가치를 표고, 경사, 식물상, 임업적성, 농업적성, 수질 등 6개 지표에 따라 1~5등급으로 구분하고, 환경적 보전 가치가 낮은 3~5등급지는 해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 환경평가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식물상과 같은 보전적성 지표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좋아져서 등급이 상승한다는 것이다. 보전적 지표의 등급 상승은 개발 가용지를 줄어들게 한다. 또한 기존의 환경평가가 단일 토지의 환경적 보전가치에만 초점을 두고 있지, 도시 전체의 발전 방향과 같은 도시계획적 요소를 전혀 고려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러한 문제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자 하였다.

최근 울산에서 개최된 민생토론의 주요 사안 중의 하나가 울산의 중심을 가로질러 위치하고 있는 개발제한구역의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인구감소, 수도권 집중 심화, 지방소멸 등의 지역 여건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획일적으로 운영되어 왔던 비수도권 개발제한구역 규제를 합리화하겠다는 것이다. 합리화의 주된 내용은 첫째, 지역의 주요 전략사업은 GB의 해제총량과 관계없이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겠다는 것이고, 둘째, 개발이 어려운 환경평가등급 1, 2등급지라도 주요한 전략사업이라면 대체지 조성을 조건으로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엄격하게 유지되어 왔던 환경평가제도도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그동안, 김두겸 시장의 개발제한구역 제도 개선의 지속적 노력으로 울산권뿐만 아니라 지방대도시권의 개발제한구역 규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표면적으로는 대체지를 확보할 경우, 그동안 불가했던 1, 2등급지도 해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 이면에 여전히 도사리고 있는 것이 '명분'이다. 지금까지 잘 지켜온 개발제한구역을 도대체 왜 해제해야 하는 것이냐는 것이다. 이 명분은 그 누구도 당당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 명분은 사실상 환경평가 등급 1, 2등급보다 더 우선시 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 인구감소, 지역소멸 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도, 개발제한구역 해제의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중앙정부 혹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서는 이러한 명분을 강조한다. 지역소멸보다 더 명확하고, 강렬한 명분이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에서 제시하였던 것과 같이, 이제는 지방의 개발제한구역 해제 및 조정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기다. 그렇다고 환경적 가치를 무시한 무조건적인 개발이 아니다. 지역정부 역시 개발제한구역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역량을 충분히 가지고 있으며, 지역의 공동체가 개발제한구역을 훼손하는 것을 절대적으로 용납하지 않는다. 다만, 지방의 입장을 고려한 명분과 현재 불합리한 환경평가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여 국가균형발전과 지역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실리적 입장에서 개발제한구역의 조정 및 해제를 바라보자는 것이다. 

정현욱  울산연구원 도시공간연구실장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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