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정 청솔초등학교 교사
안현정 청솔초등학교 교사

 ‘띵동’ 컴퓨터 메신저 알림이 깜박인다. 

 ‘선생님, 봄이 오고 있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망중한의 시간을 가져보시면 좋겠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첨부파일이 5교시 막 시작하려는 찰나에 날라왔다.

 아직 운동장은 앙상한 나뭇가지에 바람이 차기만 한데, 벌써 봄이 왔다니 첨부된 영상을 클릭했다. 

 아이들의 함성소리와 함께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와! 정말 우리 학교에 있는 꽃이 맞을까?' '참! 우리 학교 수석 선생님은 디카 시인이라 하셨지' 

 카메라로 들여다본 나뭇가지에 돋은 새싹과 동백꽃은 진짜 봄이 완연했다. 지금 내가 육안으로 보는 우리 학교 운동장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이런 아름다운 자연들이 어디에 숨어있었다는 말인가!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아이들과 허겁지겁 바쁘게 흘려보내고 있는 하루를 멈추게 했다. 

 매년 새 학년도의 3월은 항상 분주하다. 아이들의 이름을 외워 부르기도 바쁜 데다 선생님들끼리는 같은 학년 선생님이 아니면 잘 모르고 지나가기도 한다.

 학교를 옮기기라도 하면 낯선 물리적인 공간에 적응하랴 쏟아지는 각 부서별 업무 및 예산 계획서를 기한에 맞춰 제출하랴 교사에게는 심적 부담이 큰 시기이다. 

 아이들도 피곤하긴 마찬가지다. 

 낯선 교실에서 달라진 교과서,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과 공부하고 적응하느라 쉼이 필요하다. 이런 날에 수석 선생님의 봄을 알리는 영상은 꿀 같은 선물이었다. 

 올해 처음으로 나는 수석 선생님과 함께 근무하게 됐다. 울산시 교육청 초등 수석교사제는 2008년부터 시범 운영되기 시작하면서 2015학년도까지 매해 수석교사를 선발했다. 

 현재 울산에 초등 수석교사는 14명이다. 수석교사는 수업 역량 강화뿐만 아니라 현장 지원을 담당한다. 수업 및 생활지도 컨설팅, 교과연구회 등 선도적인 참여를 하고 있다. 

 아이들과 나는 교실로 배달돼 온 봄 선물에 한껏 심취해 머리가 맑아졌다. 2분의 아주 짧은 망중한 시간이었지만 하루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어 아이들과 마주 보며 다시 힘을 냈다. 

 한 학교에 수석교사가 있다는 것이 이런 시너지를 낼 수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시간이 흐를수록 교사도 학생과 배우며 성장하는 존재임을 느끼게 된다. 

 교사라는 직업이 사람과의 무수한 관계 속에서 일을 하다 보니 정신적으로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다. 

 한 편의 영화나 소설처럼, 아이들과 수업하면서 학부모와 상담을 하면서 동료 교사와 정보를 공유하면서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다. 

 이런 가운데 얼마나 많은 자괴감과 자기 성장의 통증을 앓는지 모른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무너지고 다시 일어나며 가르침의 길을 걷는다. 이런 와중에 수석 선생님과의 근무는 숨통을 트이게 하는 여유를 가져다줬다.

 학교 일정으로 긴급하게 수업 결손이 발생하는 날, 중요한 행사가 있는 날 애국가 지휘를 할 사람, 문화예술 강사 채용 시 심사위원 등 학교 현장에서의 소소한 교사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는 언제나 수석 선생님이 계시게 됐다. 

 3·4학년 음악 수업을 담당하시는 수석 선생님은 우리 반 옆 교실을 사용하신다. 

 디지털 피아노의 반주에 맞춰 교실에서 흘러나오는 중저음의 목소리는 언제 보았던 옛 추억인지 웃음이 난다.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적인 음악 수업 풍경이 새삼스럽게 심금을 울리는 날이다. 아이들에게도 교사에게도 수석 선생님과 함께 할 올 한 해가 아름다운 봄날일 것 같다. 안현정 청솔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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