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년 새해 벽두에 발생한 의정부 아파트 화재사고에 연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무늬만 아파트이지, 도시형생활주택(원룸)과 다를 바 없는 공동주택이라 무고한 희생자를 키웠다는 비판이다. 지난 10일 발생한 이 화재로 4명이 숨지고, 124명이 부상한 것으로 공식 집계했다. 간단하게 진압할 수 있었던 화재로 인명피해가 이렇게 많아진 것은 총체적 부실과 관리감독부재가 빚은 인재이기 때문이다. 건물 이격거리가 지나치게 좁은 것은 물론이고, 마감재와 스프링클러, 소방도로 등 어느 것 하나 규정을 제대로 지킨 것이라고 없었다. 특히 화재가 발생한 대봉그린아파트와 불길이 옮겨 붙은 드림타운이 주차장을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돼 있다 보니 불길이 강한 바람을 타고 삽시간에 확대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어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외벽 등이 방염처리되지 않은 것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적됐다.

건물 진입로가 좁고 뒤편이 지하철 철로여서 소방차 진입이 제때 이뤄지지 않은 것도 초기 진화를 어렵게 했다. 이처럼 도심 아파트에서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은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가 도시형생활주택 정책을 도입하면서 안전은 등한시한 채 각종 건설기준을 완화해 준 것이 화근(禍根)이었다는 지적이다. 당시 정부는 기승을 부리던 전·월세난의 악화를 막고 1~2인 가구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도심에 소형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도시형생활주택 정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또 민간시장의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을 유도하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도 제시했다.

더욱이 정부는 연 2%의 금리로 건설자금을 빌려주고 분양가상한제 적용 면제, 주차장 건설·부대시설 설치기준 완화 등 각종 건설기준까지 풀어주며 특혜를 줬다. 특히 아파트를 비롯한 일반 공동주택에는 건물 간 간격을 6m이상 둬야 하지만 도시형생활주택의 경우 대폭 완화된 ‘1m이상' 기준이 적용됨으로써 의정부 화재와 같은 참사로 이어지게 했다. 이 때문에 화재가 발생한 대봉그린아파트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또 300가구 미만 기존 공동주택의 진입도로는 6m이상 확보해야 하는 반면, 도시형생활주택은 연면적 660㎡에도 4m이상이면 족한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건물 간 이격거리와 진입도로는 화재 발생 시 주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규제완화라는 명분을 앞세워 주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이 부분을 간과했다.

화재가 난 건물에는 가장 기본적인 소방 설비라 할 ‘스프링클러'조차 설치돼 있지 않았다. 또 감리규정이 도시형생활주택에는 더 없이 허술하게 되어 있다. 도시형생활주택은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의 감리규정을 따른다. 주택법엔 사업계획 승인자, 즉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감리업체를 선정하도록 되어 있지만 건축법은 건축주가 감리업체를 직접 선정하도록 규정돼 있어, 엉터리 감리를 했을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규제완화의 명분이 이처럼 입주자가 아닌 건축주의 이권과 편의만 보장해주는 수단으로 전락, 대형 참사의 주범이 되고 있어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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