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지역 매매가 상승주도 속 지방은 되레 하락
현 정부 8·2 부동산 대책 지역 양극화만 조장
좀 더 세밀한 제한 아니라면 시행하지 말아야

 

심형석
영산대학교 부동산금융학과 교수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한 8·2 부동산 대책으로 부산시장의 관망세는 짙어지고 있다. 11월 9일 현재 대책이 발표된 지 100일이 지났다. 8·2 대책으로 매수세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가격을 낮추어 매도하려는 공급 또한 거의 없어 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줄다리기는 길어질 듯하다.

8·2 대책이 발표된 이후 100일이 지난 시점에서 지역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을 살펴보면 정부가 원래 의도한 바와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부의 의도는 다주택자들, 재건축 아파트 그리고 서울 강남의 아파트 매매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또는 떨어뜨리지는 않는다하더라도 상당기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길 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규제지역(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 대상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오른데 반해 비 규제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정체 상태이거나 오히려 하락했다. 

이른바 ‘규제의 역설’이 작용한 듯하다. ‘규제의 역설’이란 정부에 의해 만들어진 규제가 실제로 집행되는 과정에서 원래 의도와는 달리 반대의 효과가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8·2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규제지역을 중심으로 정부가 강하게 부동산시장을 압박하고는 있지만 오히려 규제지역의 아파트들이 더 많이 오르면서 현재까지는 ‘규제의 역설’이 작용했다.

부동산 114의 통계에 의하면 8·2대책 발표 이후 100일 동안 강남 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1.91% 상승했으나 5개 광역시는 빠졌다. 규제지역이 전혀 없는 기타 지방의 경우에는 오히려 0.18% 하락했다. 지방에서 가장 많이 오른 지역 또한 수성구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대구(0.96%)였다.

8·2대책은 서울지역을 주요 규제 대상으로 했으나 지난 100일간 되레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더 많이 상승했으며 규제지역이 많지 않은 지방은 오히려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했다.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강남3 구부터 순차적으로 서울 → 수도권 → 5개 지방 광역시→ 지방 → 기타 지방 순으로 낮거나 하락했다.

영남권(부산, 울산, 경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8·2대책 이후 100일 동안 아파트 매매가격은 하락했다. 우리 울산지역은 0.15% 하락했으며, 경남은 0.52% 하락해 전국에서 아파트 매매가격이 가장 많이 하락한 지자체로 등극했다. 부산은 0.05%만 하락해 그나마 선방했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8·2대책으로 규제가 집중된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는 같은 기간 전국적으로 1.20% 상승했으나 이를 제외한 아파트는 0.79% 상승에 그쳤다. 원주시 단계동 주공 1단지가 포함된 강원도의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상승률은 무려 6.28%에 이른다. 매매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상위 10위 단지들의 경우에도 서울이 5개나 포함됐다. 참고로 가장 많이 오른 아파트는 1983년 입주한 강남구 도곡동의 삼호아파트로 금년 6월 재건축 정비 계획안이 통과됐다. 

그럼 왜 이런 ‘규제의 역설’이 일어난 걸까. 이는 규제지역의 경우 재건축·재개발 등의 개발 이슈로 인해 주택 수요는 상대적으로 풍부하나, 최근 양도세 중과 등으로 인해 주택을 팔지 않으려는 동결효과에 따라 거래 가능한 아파트들이 대폭 줄어들어 수급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반면에 비 규제지역의 경우 주택 수요는 많지 않으나 매물이 많이 나와 매매가격이 오히려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지역별로 실시하는 현재의 규제를 조금 더 세분화해 소위 핀셋형 규제를 적용하든지 아니면 단순한 규제지역의 지정조건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세밀하게 규제하지 않으면 오히려 규제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격언을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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