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임단협이 그야말로 천신만고 끝에 마무리됐다. 작년 1차 잠정합의안 부결 사태를 겪은 이후 지역 사회는 현대차 노사의 파행에 적잖은 우려를 해왔다. 그래서 노사가 어렵게 다시 합의한 2차 잠정안이 수용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주위의 많은 우려를 씻어내고 가결돼 한숨 돌리게 됐다. 해를 넘기는 장기간 교섭과 잇따른 파업으로 노사와 조합원 모두에게 큰 상처만 남겼지만, 어찌됐든 극적으로 해결한 것은 천만다행이다.

노조가 파업을 남발해 노사갈등 국면을 조장한 것은 회사 사정은 안중에도 없는 이기적 행동이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현대차의 경영사정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중국의 정치적 보복과 미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 정체로 글로벌 판매가 크게 줄면서 현대차는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올해도 특별한 모멘텀 요인이 없어 처절한 사투를 벌여야 하는 처지다. 현대차가 올해 판매 목표를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467만5,000대로 잡은 것은 이 같은 경영환경을 잘 말해준다. 

여러 불안 요소가 있겠지만 특히 엔화 약세 기조로 가격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부분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글로벌경영연구소는 작년 100엔 당 1,018원 이었던 원·엔 환율을 2018년 978원으로 추정했다. 결국 우리 자동차는 기술과 품질에서 뒤지고, 가격에서도 특별한 이점을 살리지 못하는 악조건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올해 현대차 경영전망이 부정적인 가운데 노사 합심이 아닌 갈등의 모습은 안 그래도 어려운 처지에 마이너스 요소만 되는 것이다.

이제 노사교섭이 새롭게 변화해야 하는 타이밍이다. 앞으로는 조합원 이익을 앞세운 교섭에만 몰입한 나머지 지역사회와 협력업체, 고객 등에게 피해를 입히는 잘못을 저질러선 안 될 것이다. 
다만 이번 교섭에서도 나름 긍정적인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내하도급 근로자 대규모 정규직 채용, 중소기업 지원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노사의 의지를 보여준 것은 환영 받을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사회적 연대’ 기치를 들고 나온 노조의 전략이 과도한 파업에 밀려 공염불에 그쳐 버렸다. 향후 교섭부터는 노조의 사회적 연대가 구호에만 그치지 않고 사회적 공감을 얻는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분명한 것은 자동차산업을 발전시켜 국가와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최소한 사회적 지지를 받는 교섭문화를 확립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회적 책임과 연대임을 노조도 깊이 인식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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