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 정의당 조승수 전 국회의원 북구 재선거 출마 선언에 ‘당혹’

민중 “대선배로서 아쉬운 행보다”
정의 “시장후보 일찍 내려놔 황당”
조 “당 교감…의견 교환했다” 해명

 

정의당 울산시장 전략후보였던 조승수 전 국회의원이 시장선거가 아니라 민중당 윤종오 전 국회의원의 낙마로 치러지는 북구 재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공개 선언한 이후 진보진영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가에선 조 전 의원이 시장 후보로 완주하기 보단 ‘적당한’ 시점에서 북구 재선거에 최종 등판할 거라고 이미 예견해왔다. 

진보진영이 문제 삼는 건 방식과 타이밍. 
수개월 전부터 노동당·녹색당·민중당·정의당 등 울산지역 4개 진보정당 간 후보 단일화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조 전 의원이 ‘익스큐즈(excuse)’ 없이 북구 재선거 출마를 선언하는 바람에 단일화 의미가 퇴색됐다는 거다.

특히 낙마한 윤 전 의원이 소속된 민중당은 당혹감을 넘어 불쾌감까지 내비치고 있다. 민중당 중앙당은 지난 14일 당내 최고 의결기구인 중앙위원회에서 낙마한 윤 전 의원의 대를 이을 ‘노동자 국회의원’을 반드시 당선시켜야 한다며 울산 북구를 전략지역으로 선포한 상태다. 

민중당 울산시당 관계자는 “진보정당간 논의 테이블에서 ‘다른 선거구는 몰라도 북구 국회의원 재선거만큼은 민중당 후보에게 의석을 재탈환할 기회를 달라’고 양해를 구해왔고, 후보 단일화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면서 “진보진영이 얼마나 단결하냐에 따라 이번 지방·재보궐선거는 보수텃밭인 울산의 정치풍토를 바꿀 골든타임이 될 수 있는데 조 전 의원이 논의의 대상에게 한 마디 양해도 없이 너무 일찍 판을 깨고 나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조 전 의원은 초대 북구청장과 재선 국회의원을 지낸 울산 진보진영의 대선배 위치에 있는데 역할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당혹스럽긴 민중당보다 정의당이 몇 배는 더한 분위기다. 정의당 울산시당은 조 전 의원이 지난 16일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기 직전 중앙당으로부터 “어떻게 된 거냐”는 전화를 받았고, 기자회견 직후엔 지역 진보진영으로부터 똑같은 전화를 여러통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 중앙당과 울산시당에 따르면 조 전 의원은 지난 15일 열린 시당 운영위원회에서 시장 전략후보가 아닌 북구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뒤 이튿날 기자회견을 가졌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자신을 애초 울산시장 전략후보로 등판시킨 중앙당 또는 시당과의 ‘정무적인 협의’ 과정은 생략해 당 안팎의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정의당 중앙당 관계자는 “시장이 아니라 북구 재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조 전 의원의 결정은 시당 운영위를 거쳤고, 또 당원의 당연한 권리인 만큼 막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면서도 “다만 (조 전 의원의 결정이)당의 전략적 논의의 결과는 아니며, 정무적인 협의 과정이 없었던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화력을 북구에 집중해 김진영 시당 위원장을 구청장에 당선시켜 정의당의 행정모델을 유권자들에게 꼭 보여주자는 게 당의 목표”라며 “아직 결정된 건 아니지만 울산 북구를 전략지역으로 선정하는 여부를 검토 중인데 이런 불협화음이 나와 아쉽다”고 설명했다.

시당 관계자도 “울산시장 후보로 완주하진 않더라도, 진보진영간 단일화 논의과정 속에 북구 선거에서 우리 당이 필승을 담보할 만한 협상카드를 만들어낼 순 있었는데 조 전 의원이 너무 일찍 시장후보 자리를 내려놔 황당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승수 전 의원은 “북구 재선거 출마를 결정하기까지 당과 교감했고, 후보 단일화를 논의해 온 진보진영과도 당 대 당은 아니지만 개별적인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는 가졌다”면서 “울산시장 선거가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저의 역량을 고려한 절대다수가 북구 재선거를 권유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조 전 의원의 북구 재선거 기자회견장에 함께 섰던 정의당 한 관계자도 “조 전 의원의 역량이라면 정의당차원에서도 다른 선거구보다 북구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필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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