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진보3당이 6·13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진보정치 1번지’인 동·북구를 더불어민주당에 내주면서 존립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치명상을 입게 됐다.

민주노총 지지를 지렛대 삼아 ‘노동자 정치 세력화’를 꾀하려던 목표에 차질이 불가피해진 만큼, 노동계와 진보정당의 활로 찾기에 비상이 걸렸다.

실제 민주노동당에 뿌리를 둔 민중당과 정의당, 노동당 등 진보3당 울산시당은 이번 선거에 민중당 김창현 울산시장 후보를 비롯해 민중당 소속 34명, 정의당 소속 9명, 노동당 소속 4명, 노옥희 울산교육감 후보(무소속)등 48명을 민주노총 지지후보로 출마시켰다.

이들 진보3당은 후보 난립으로 진보 표가 분산돼 패배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진보단일화에 어렵게 성공했다. 지난 3월 민중당 김창현 후보를 울산시장 후보로 단일화했고, 이어 5월엔 동·북구청장(민중당 이재현·강진희) 후보와 북구 국회의원(민중당 권오길) 후보 단일화도 성사시켰다.

하지만 노옥희 교육감 당선자를 제외하고는 단 한 명의 단체장과 시의원 당선자도 내지 못한 채, 북구에서 단 2명의 기초의원 당선자를 내는 최악의 성적표는 받는데 그쳤다.

앞서 울산 진보3당은 조선·자동차 노동자가 밀집한 동·북구에서 진보 구청장과 국회의원을 수차례 배출, 보수정당의 독점을 견제하는 지방권력의 한 축으로 성장해왔다.

동·북구에선 1998년(제2회 지방선거) 김창현·조승수 두 학생 운동권 출신 인사가 민주총 지지를 받아 민선 첫 구청장에 나란히 당선된 것을 시작으로, 2002년(이갑용·이상범)과 2010년(김종훈·윤종오)에도 노동계 구청장이 배출됐다.

그러나 2016년 지방선거 때 김종훈·윤종오 두 현직 구청장이 진보 분열과 ‘이석기 내란음모 의혹’ 여파로 한국당(새누리당)에 패하면서 진보3당은 좀체 일어서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듬해 20대 총선에 무소속 출마한 두 사람은 당선 후 노동자 중심의 민중당을 창당했지만, 지난해 12월 윤종오 전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됐고, 윤 의원의 중도낙마로 치러진 이번 국회의원 재선거에서도 ‘노동자 국회의원 배지’를 민주당에 뺏겼다.

이처럼 진보3당이 4년 전 지방선거에 이어 올해 지방선거, 그리고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내리 2연패를 하며 지지기반을 빼앗기자 민주노총은 당혹감을 넘어 노동자 정치세력화 붕괴의 최대 위기에 처하게 됐다.

대중성이 결여된 ‘노동자 중심 투쟁’만으로는 표심을 결집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진보후보 단일화’가 정답이 아니라는 내부 비판도 나오고 있다.

당장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는 지난 14일 논평을 내고 “결과적으로 노동계급 표 결집과 실현에 실패했다. 앞으로 이번 선거 과정과 결과에 대한 다양한 토론과 평가가 진행될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 주저하지 않고,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갈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방향과 실천적 논의를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보정당 한 인사는 “진보 분열로 패한 전례를 예방하기 위해 어렵게 후보단일화를 이뤘지만 노동자 표 결집에 실패했다는 건, 앞으로도 후보단일화가 해법은 아니라는 것”이라며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최대 위기에 처한 지금의 상황에서 진보세력과 노동계가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노동계 인사는 “민주노총은 과거 민주당을 ‘보수야당’으로 규정했고 이번 선거에서도 진보단일화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유권자들은 민주당을 선택했다”면서 “촛불민심이 재현된 이번 선거를 계기로 진보권력도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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