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피해자들 유포 영상 채증·제출·삭제로 이중고
몰카 예방 위해선 엄격한 처벌·근본적인 대책 필요
일상 속 성폭력·성희롱 예방교육과 성인권 교육을

 

홍정련 울산장애인성폭력상담센터장

우리는 공중화장실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가? 이번 여름 피서지에서 안전하게 샤워실을 이용하고 버스,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는 걸까. 

디지털 성범죄(이하 몰카성범죄) 판매금지와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청원이 20만명을 넘었으며,  지난 7월 3일 몰카에 대해 초동수사부터 엄정하게 대처하고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라는 대통령 업무지시도 있었다.

몰카 범죄 피해자들은 극심한 불안과 함께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트라우마 속에 살아가고 있다. 반면 몰카 범죄자들은 두 얼굴로 다양한 사회적 위치 속에 숨어 있으면서 병리적인 성적 충동을 일으키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는 우리의 공적·사적 공간에서 불안을 경험하게 한다.

몰카 성범죄는 일반 성범죄와 다른 특성이 있다. 일반 성범죄는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에 대해 신체적 인지부터 가능하지만 몰카 범죄는 자신이 불법적 촬영을 당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자신의 신체가 유포되는 상황이다.

몰래 카메라 범죄자의 유형을 보면 성인부터 초등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사무직이 40% 이상이다. 재범율 또한 일반 성범죄자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몰카 피해 범죄를 보면 2015년 국내유명 야외수영장 여자 샤워실 내부를 몰래 촬영해 유포시킨 사건이 충격을 줬으며, 2017년 7월에는 현직판사가 지하철에서 휴대폰으로 불법촬영을 하다 신고가 돼 벌금형을 받은 사건도 있었다.

그 외에도 국내 최고 악명 높았던 음란물 사이트 ‘소라넷’에 일반인의 다리와 특정 부분를 촬영한 사진, 애인 혹은 배우자 등의 나체를 촬영한 사진, 일반인의 화장실 사용 모습을 촬영한 사진 등 몰카 사진과 동영상이 대거 유포됐으며, 이러한 몰카 범죄는 2012년 대비 4년간 2배 이상 증가했고 개인성행위 영상물 심의건수도 2012년 대비 2016년 통계는 6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피해자는 자신이 피해를 인지한 순간부터 유포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으로 심각한 심리적 손상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몰카 범죄자가 구속되는 것은 3% 정도 뿐이라는 언론보도가 있어 공분을 자아내게 했다. 

몰카 범죄 피해자들의 가장 큰 두려움은 몰카 내용의 유포이다. 피해자들은 신고가 되면 유포된 영상이 당연히 다 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피해자가 직접 인터넷상에 유포된 영상을 채증하고 제출해야 하는 책임과 함께 삭제까지 해야 하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불법촬영 영상은 빠른 속도록 확산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일일이 삭제를 하는데 물리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2017년 12월 19일 자로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이 수정 가결돼 공포됐다. 일부개정안 내용 중 ‘카메라등이용촬영죄’를 약물치료 대상 범죄에서 제외했는데, 이러한 개정안이 혹여나 몰카 범죄를 성범죄 영역에서 제외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몰카 범죄는 명백한 성적자기결정권의 침해이며, 피해자에게는 심각한 트라우마를 남기는 범죄이다. 몰카 범죄를 예방하기 위하여 정부는 처벌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일반성범죄자와 달리 몰카 범죄자 중 사무직에 종사하는 가해자 비율이 높은 이유를 분석해 성폭력·성희롱 예방교육으로 성인지감수성을 높이도록 하고, 인권의식이 함양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어릴 때부터 타인의 경계를 존중하는 교육을 받고, 이와 함께 시기별로 건강한 성의식을 가질 수 있는 성인권 교육이 필요하다. 

지난 2017년 9월 정부는 디지털성범죄 피해 방지 및 종합대책을 마련하여 몰래카메라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규제를 천명했다. 이번엔 대통령의 업무지시가 내려졌기에 이제는 몰카 불안이 줄어들 수 있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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