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물품 기증은 잇따르고 있지만 폐기처분해야하는 물품이 절반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부인지 ‘쓰레기’ 투척인지 모를 일부 비양심 때문에, 물품 관리 현장에서는 “안주는 것만 못하다”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10일 울산의 한 아름다운가게. 매장은 연말시즌 기부에 동참하기 위해 주민들이 내놓은 다양한 물품들로 빼곡했다. 물품 기증은 매일 오전11시부터 오후5시까지, 라면박스 기준 1회 3박스 이하로 가능하다.
그러나 매장 한쪽에는 쓰레기로 보이는 물품들이 보였다. 실이 다 풀려버린 스웨터부터 때 묻은 양말, 입다 내놓은 티셔츠, 가죽이 다 벗겨진 여성가방, 밑창 다 닳은 신발, 전원이 안 켜지는 가전제품까지. 이 물품들은 모두 ‘폐기처분’ 대상이었는데, 이렇게 버려지는 물품만 한 달에 1t트럭 한대를 거뜬히 채울 정도다.
아름다운가게 울산본부에 따르면 아름다운가게 울산지역의 기부물품 수는 한 달 평균 6만5,000여점인데, 이중 65% 이상이 폐기물로 분류된다. 또, 70만점 정도의 울산 연간 기부물품 중 40만점 이상이 쓰레기업체에 전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울산본부가 ‘사용가능’하다고 판단, 보관하고 있는 물품 수는 현재 5만 점 채 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처럼 중고품 100개를 받으면 반 이상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지점 자원봉사자나 직원들은 폐기물 분류에 고투하고 있다. 아름다운가게는 ‘되살림팀’ 운영을 통해 기증품의 사용가능 여부를 판단, 가격을 책정하고 각 지점별로 나누고 있지만 그리 쉽지만은 않다.
아름다운가게 권순선 울산본부장은 “기부물품 중 폐기되는 기준은 다시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하게 훼손된 경우”라며 “의류의 경우에는 20년 된 옷을 기증키도 하고 신발과 가방은 특히나 헤지고 가죽이 심하게 벗겨진 게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매장 자원봉사자나 지원들이 일일이 손으로 다 분류, 작업하기 때문에 협소한 매장에 적은 인력에 시간낭비도 만만치 않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순수한 기부목적을 앞세워, 더 이상 착용하거나 사용하지 못하는 물품을 일괄 처리해버리는 양심 없는 기부자들이 만연하다는 거다. 옷 한 벌만 기부해도 기부영수증이 발급된다는 점을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권 본부장은 “대부분 기부의 기준을 몰라서 편하게 갖다 주시는 경우가 많은데, 기증물품의 질이 떨어져 기부활동에도 큰 차질을 빚고 있다”며 “일부 기부자들을 보면 기부영수증을 받기 위해 못 쓰는 물건을 내놓는 나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기침체의 여파로 기부 손길마저 줄고 있어 아름다운 가게들은 더욱 시름에 빠지고 있다. 아름다운가게 울산본부 전체 기증 총량이 지난해 대비 연간 15% 하락했는데, 특히 조선업 불황의 여파로 장기침체에 빠진 동구지역은 연간 40%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권 본부장은 “중고품 기부에 동참해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지만, 나의 친구 또는 가족에게 전달해도 괜찮을 정도의 물품을 기부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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