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남울주의 유일한 종합병원인 남울산보람병원이 경영난으로 내년 2월부터 문을 닫겠다고 결정했다. 사진은 남울산보람병원 전경.  
 

울산 남울주의 유일한 종합병원이 경영난에 못 이겨 문을 닫겠다고 결정했다. 국가산업단지가 위치한 지역의 24시간 응급실을 갖춘 병원이어서 지역사회에 파장이 예상된다.

19일 의료법인 인석의료재단에 따르면 울주군 온양읍의 종합병원인 남울산보람병원을 내년 2월 말까지만 운영하고, 요양병원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인석의료재단은 남울산보람병원과 함께 서울산보람병원(울주군 삼남면) 등 2곳의 종합병원과 산부인과 전문병원인 울산보람병원(남구 삼산동), 울산광역시노인병원(울주군 온양읍·울산시 위탁) 등 총 4곳의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재단은 이 가운데 울산보람병원을 제외하고는 적자운영이나 현상유지 선에서 운영하고 있고, 특히 남울산보람병원의 경우 큰 손실이 누적되는 등 경영 악화를 겪어왔다.

실제 남울산보람병원은 지난 2000년 온양읍 동상리에 문을 연 이후 올해까지 총 140억원에 달하는 누적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매년 평균 7억원의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최근 들어 심화돼 왔고 올해는 17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인석의료재단 측은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다 내년에는 국가 보조금도 끊어질 처지에 놓였다. 울주군이 응급의료분야 취약지 지정에 따른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울산지역 뿐만 아니라 기장 동남권원자력의학원, 해운대 백병원, 양산부산대병원 등이 인근에 생기면서 더이상 울주군을 의료 취약지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올해의 경우 남울산보람병원은 이 보조금으로 2억4,000여만원과 공중보건의사 1명의 응급의학과 배치를 지원받았으나, 취약지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내년부터는 사실상 보조금을 받기 어렵게 됐다.

인석의료재단 김광태 이사장은 “그동안 남구의 울산보람병원에서 거둔 수익으로 남울산보람병원의 적자를 메워왔지만, 최근에는 저출산 여파 등으로 울산보람병원의 경영사정도 좋지 않아 더 이상은 유지할 수 없다”며 “요양병원으로의 전환은 적자 폭을 줄이고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남울산보람병원이 온양읍, 온산읍, 서생면 등 3개 읍면의 남울주지역에서 유일하게 응급실이 있는 병원이라는 점이다.

365일 연중무휴, 24시간 응급의료체계를 갖춘 이 병원이 기능전환을 하게 되면 지역 주민들이 응급 시 의료 ‘골든타임’을 놓칠 우려가 있다. 석유화학단지인 온산국가산업단지 배후에 있어 근로자들의 응급진료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남울산보람병원은 응급의학과를 비롯해 외과, 내과, 소아청소년과 등 7개 진료과에 13명의 전문의와 171개 병상을 갖추고 있다.

이 병원이 기능전환을 하면 울주군에는 응급진료체계를 갖춘 병원은 생활권역이 전혀 다른 언양권의 서울산보람병원 한곳만 남게 된다.

남울주지역 주민들은 20일 울주군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이진호 울주군청년협의회장은 “1조원의 예산을 자랑하는 울주군에서, 국가산단이 있고 6만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남울주지역에 응급실이 전무하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며 “많은 적자를 보고 있는 민간병원에 운영을 계속해달라고 주장하긴 힘들겠지만, 행정이라도 나서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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