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첫날인 16일 울산지역 ‘1호’로 한국석유공사 직원들이 진정서를 제기했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 관리직 직원 19명은 이날 오전 9시 울산고용노동지청 업무가 시작되자마자 민원실을 방문해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서에 따르면 석유공사에서 20~30년간 근무해온 이들은 지난해 3월 새로운 사장이 부임하면서 ‘전문위원’이라는 명목으로 2~3등씩 강등돼 월급이 깎였다. 공사는 이들을 청사의 별도 공간으로 격리시키고, 별다른 업무도 주지 않았다. 대신 매월 혼자 할 수 있는 과제를 제출하게 하고, 분기별로 후배 직원들 앞에서 발표하도록 했다. 이들은 모두 지난해 인사평가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 전보 구제 신청을 제기해 지난해 27일 부당 전보 판정을 받았지만, 사측은 이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판정을 요구한 상태다.

이들은 과거 정부의 자원외교 실패 책임을 물어 별다른 기준과 근거도 없이 회사가 직원들을 일방적으로 괴롭히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 측은 “유가급락에 따른 경영위기 상황에 직면했고, 비상경영 상황을 선포하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 노력과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관리직급 직원 수 대비 해당보직 수가 100여개 줄어들었다”며 “인위적인 구조조정보다는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전문위원은 3급 이상 고위직 직원 중 전문성이 있는 인력에게 부여되는 상위직의 공식직위이고, 직위 강등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전문위원의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과제를 부여하고 결과물을 공유하도록 해 회사 경영위기 극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한 것일 뿐, 이를 이용해 의도적으로 해당 직위 직원에게 모욕을 주려 한 사실은 결코 없다”면서 “전문위원 발령으로 직무급 감소는 담당직무 변경에 따른 것으로 감소 금액도 월 20만원 수준으로 고액 연봉자인 관리직원들의 연봉에 비해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진정서를 검토한 후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이번 진정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 이후 울산에서 가장 먼저 접수된 사건이다. 해당 법률은 소급적용이 되지 않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행위자가 ‘회사’라는 측면에서 진정을 통해 고용노동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울산고용노동지청 관계자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적용 행위나 대상 등에 대한 문의전화가 상당히 많았다”면서 “문서로 접수된 사건은 한국석유공사 건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접수하거나 사건을 인지했을 경우 지체 없이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에 착수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에게는 유급휴가 명령 같은 보호조치를 해야 하며, 사실로 확인되면 가해자에 대한 징계와 근무 장소 변경 등 조치를 해야 한다. 그러나 직접적인 처벌 규정은 명시되지 않았다.

직장 내 괴롭힘에 따른 업무상 스트레스가 원인인 질병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개정 산업재해보상보험법도 이날 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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