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국회의원과 울산시장 후보 시절 일명 ‘쪼개기’ 형식으로 후원금을 주고받은 기업체 대표와 김 전 시장의 친인척 등이 1심에서 유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검찰이 수사하던 이른바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의 대상 사건 중 하나다.



# ‘쪼개기 후원금’ 연루자 무더기 벌금형= 16일 울산지법에 따르면 형사11부(부장판사 박주영)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54)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B(57)씨 등 3명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들은 김 전 시장 측에 불법 후원금을 건넨 기업체 대표들과 울산시 산하기관 임원이다.

김 전 시장의 인척인 C(61)씨와 D(45)씨에게는 벌금 500만원과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2012년 “석유화학공단에 신축하는 공장이 전기를 공급받는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총 2,000만원의 후원금을 본인과 직원 7명 명의로 나눠 김 전 시장 후원회에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C씨는 허가를 받도록 돕겠다고 약속하면서 후원금을 요구한 혐의를, D씨는 기부 한도를 초과해 후원금을 받은 혐의를 각각 받았다. D씨는 2014년 김기현 후원회 회계책임자가 아닌데도, 2억8,000만원 상당의 정치자금을 받거나 지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B씨 등 3명도 ‘쪼개기’ 수법으로 1,500만~2,000만원 상당을 수차례 나눠 후원한 혐의를 받았다.

정치자금법은 공무원 사무에 관해 청탁·알선하면서 정치자금을 기부해서는 안 되고, 하나의 국회의원 후원회에 연간 500만원을 초과해 후원금을 기부하거나 받아서는 안 되도록 정하고 있다.

이번 재판에서 2017년 경찰 수사 대상이 된 C씨에게 “내년 선거가 끝날 때가지 도망가 있어라”며 C씨의 동생을 통해 도피자금 1,000만원을 제공한 김 전 시장의 친척 E(80)씨도 범인도피 혐의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 불법 후원금 제공자에 특혜 레미콘 업체 대표 포함= 이번 재판에서 김 전 시장 측에 불법 후원금을 제공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B씨는 지역 레미콘 업체 대표다. 검찰이 수사한 이른바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에 등장하는 ‘특정 레미콘 특혜 의혹’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2017년 북구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 레미콘을 공급하던 B씨는 타설 위치로 갈등을 겪자, 김기현 전 시장의 비서실장과 시청 도시창조국장을 통해 현장 소장 등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 경찰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해 B씨와 김 전 시장 비서실장 등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이를 불기소 처분했다.

경찰은 B씨가 김 전 시장에게 거액의 정치자금을 불법적으로 후원한 인물인 점을 고려해야 하고, 울산시의 업무 처리는 통상적인 범위를 넘어선 ‘부당한 압박’이었다고 강조했으나, 검찰 수사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사건은 2018년 3월 시청 압수수색으로 김 전 시장 측근비리 의혹이 수면으로 드러나는 단초가 되기도 했다.



# “범죄첩보 생산 이례적”이라던 검찰= 이 사건은 이른바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이례적인 범죄첩보 생산”이라고 밝힌 사건이기도 하다.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김기현 울산시장 등에 대한 표적수사 지시’로 이 사건을 언급했다. 경찰이 이례적인 방식으로 ‘쪼개기 후원금’ 첩보를 생산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2014년 4월 제보했던 내용과 동일한 사안으로 당시 경찰은 특별한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던 사건”이라며 “2017년 10일간의 연휴 기간 중이었는데도 범죄첩보서를 생산하고 황운하에게 즉시 보고하고, 황운하는 제보자를 즉시 소환조사토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은 논평을 내고 “김 전 시장이 그동안 울산지역에서 어떻게 정치활동을 해왔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판결”이라며 “판결 내용 이외에도 더 많은 의혹이 감춰져 있다고 보고, 측근 비리 역시 머지 않은 시기에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