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울산 남구 삼산동 한 카페에서 울산지역 고3학생인 (왼쪽부터)안제범 군·박지형 양·손예빈 양과 만나 4.15 총선과 정치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송재현 기자

4.15 총선부터 선거 연령이 만18세로 낮아짐에 따라 10대 청소년 유권자의 ‘무서운’ 표심에 각 정당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교육당국은 이들에 대한 선거교육 준비에 나섰고, 각 정당들도 이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공약과 예비당원 모집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울산지역 고3 재학생인 박지형(18·여)·손예빈(18·여)·안제범(18) 세 학생을 만나 처음 경험하게 될 국회의원 선거 이야기를 나눠봤다.

# “고3 중 유권자 30%선, 선거 얘기 많지 않아”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4.15총선에서 첫 투표를 하는 울산지역 만18세 학생 유권자는 일반계고와 특수학교, 방송통신중·고를 포함해 총 4,168명이다. 울산지역 전체 고3 학생 1만2,490명에 30% 수준이다. 올해 만18세가 되는 2002년 출생자 중 4월 16일 출생자까지만 투표가 가능하고 그 이후에 태어난 학생은 투표를 할 수 없다.

그래서일까. 지난 주말(16일) 남구 삼산동 한 카페에서 만난 고교생 유권자들은 “생각만큼 고3 학생들 사이에서 선거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안제범 군은 “총선은 저와 관계없는 일인 줄 알았는데 첫 선거를 앞두고 설렌다기보다는 긴장이 된다”면서도 “생일이 지나지 않아 이번에 투표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더 많아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태권도 품새 선수로 활동하며 여군을 꿈꾸는 박지형 양도 “선생님이 투표를 하는 사람들을 거수를 통해 확인해보니 3분 1 정도만 손을 들었다”면서 “고3의 최대 관심은 수능이라 그 외적인 일은 관심이 덜한 거 같다”고 학교 안 분위기를 전했다.

#‘정치인’에 대한 이미지 ‘부정적·무관심’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정치인의 이미지는 어떨까.

손예빈 양은 “뉴스를 보면 잘못된 모습이 많아 나와서 그런지 ‘정치인’ 하면 부정부패가 많고 비리가 심하다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안제범 군은 “숨기는 게 많은 사람들이라는 느낌이다” 밝혔고 박지형 양은 “평소에는 정치에 크게 관심이 없다보니 생각나는 건 무관심인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들은 선거관련 정보를 SNS와 뉴스를 통해 주로 접했지만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다. 학교 선생님들은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조심스러워하고, 부모님들과도 정치를 주제로 이야기 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학교에서 선거에 대한 교육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지형 양은 “SNS나 뉴스를 통해 조금씩 접하지만 청소년 입장에서 선거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매체가 부족한 것 같고 그래서인지 기본적인 상식조차 없는 친구들도 많다”고 말했다.

손예빈 양도 “갑자기 선거하러 가라고 하니 안가겠다는 친구들도 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아무나 찍을까, 아니면 여전히 선거는 ‘쉬는 날’ 이라고만 생각하는 거 같다”며 “학교에서 선거 관련 교육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 “이과 학생들에겐 더 어려운 정치”

문과와 달리 이과는 교과과정을 통해 선거를 접하는 게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문과인 손예빈 양과 안제범 군은 사회탐구 영역 과목 중 ‘정치와 법’ 과목을 선택해 수업 시간에 정치와 선거에 대해 배워 기본적인 정치나 선거제도에 대해 알고는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과인 박지형 양은 “문과와 달리 그런 수업이 없다 보니 전교회장 투표랑 총선 투표가 같은 방식인 줄 알았는데 지역구 후보에게 한 표를 찍고,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 투표를 하는 것도 친구 예빈이가 말해줘서 알았다”며 “만약 이 사실을 모르고 투표하러 갔다면 누군가에 물어볼 수도 없고 현장에서 많이 당황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정책은?

학생들에게 정치인들이 어떤 정책을 우선해야 하냐고 물었더니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대답이 나왔다. 지방 출신으로 앞으로 취업과 미래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었다.

박지형 양은 “청년실업과 복지,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데 너무 수도권과 같은 한 지역에만 일자리나 인프라가 몰려 있다”며 “지방의 발전을 위해 나라에서 정책적으로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제범 군도 “입시에서 지역과 농어촌을 살려줘야 한다”며 “서울의 학생들이 지방으로 내려오고, 지방의 학생들이 서울로 올라가고 하다 보면 균형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손예빈 양은 “길거리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쓰레기통 설치 정책이 필요하다”는 구체적인 공약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쓰레기가 많은데 이는 주변에 쓰레기통이 없어서 생긴 문제”라며 쓰레기통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현재 북구에 거주하는데 북구주민들이 즐길 문화생활 인프라도 많이 확충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제범 박지형 손예빈 (왼쪽부터)

#어렵게 얻은 투표권...공약 살펴 투표할 것

그동안 OECD 가입국 36개국 중 대한민국을 뺀 나머지 35개국은 18세 이하에게도 선거권을 부여해 왔다. 그래서일까 학생들의 선거 참여에 대한 의지는 확고했다.

손예빈 양은 “뉴스를 보니 투표권을 어렵게 얻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자기 의사를 표현하고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되며 국회의원들을 국민들이 투표로 압박을 줘야 일을 잘하겠다 싶어 앞으로 꼭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형 양도 “투표권이라는 권리를 제가 얻은 것인데 그 권리가 사회를 잘 돌아가게 하기 때문에 열심히 투표하겠다”고 강조했다.

안제범 군도 “한 나라에서 국민으로서 인정받는 느낌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 좋은 것 같아 책임감을 가지고 공약을 살펴본 후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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