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이어 정세균 국무총리가 8일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다주택 고위공직자에게 실거주 목적의 1채 외 주택 매각을 지시하는 등 초유의 ‘부동산 태풍’이 불고 있다.
정 총리는 이날 “각 부처는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해 고위공직자 주택보유 실태를 조속히 파악하고, 다주택자는 하루빨리 매각할 수 있게 조치를 취해 달라”고 밝혔다.
정부의 각종 대책에도 불구,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불안하고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 등 여권의 다주택자들을 향한 ‘내로남불’ 비판까지 더해지면서 민심이 악화되자 극약처방을 강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 정 총리의 지시에 따라 정부는 중앙부처와 지자체 고위공직자의 다주택 현황을 파악하는 등 후속 조치에 착수할 예정이다.
정 총리는 “부동산 문제로 여론이 매우 좋지 않아 정부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나 고위공직자가 여러 채의 집을 갖고 있으면 어떤 정책을 내놔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의원 4명 중 1명꼴(42명)로 다주택자인 것으로 드러나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박병석 국회의장의 ‘똘똘한 강남 한 채’ 보유 논란이 불거지면서 여권 내부에 ‘이대로는 안 된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노 실장은 결국 반포 아파트를 이달 안에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부동산 입법에도 나선다. 다주택자와 투기성 주택 보유자에 대한 종부세 강화 법안 등을 7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악화된 여론을 잠재우기에는 늦었다는 지적과 함께 부동산 정책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자성론도 여권에서 나오고 있다. 정 총리는 “고위공직자들의 솔선수범이 필요한 시기인데, 사실 그 시기가 이미 지났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부동산 문제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통합당 김기현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과도한 세금 폭탄 등 즉흥적인 정책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참으로 아마추어 정권”이라며 “지금 정부는 시장의 작동 원리를 무시하고 통제가 만능이라는 사고를 갖고 있다”고 했다.
통합당은 이번 주 내에 주택부동산대책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문제 제기와 대안 제시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지난 3월 26일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관보를 통해 공개한 2019년 12월 31일 기준 정기 재산변동 사항에 따르면, 당시 고위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장 등 재산이 공개된 중앙 부처 재직자 750명 중 약 3분의 1인 248명이 다주택자였다. 이들 중 2주택자가 196명이었고, 3주택자는 36명, 4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공직자는 16명이었다.
청와대에서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과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등 2채를 신고한 김조원 민정수석이 대표적이고, 부처 장관 중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 다주택자였다. 재산공개가 있은 지 석 달이 지난 만큼 주택 일부를 처분한 공직자들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울산 역시 중앙에서 불어 닥친 부동산 정국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울산시가 관보와 공보에 공개한 2020년 정기재산변동사항에 따르면 송철호 시장은 경북 영천 다가구주택과 울산 중구 아파트 등 2채를 보유하고 있고, 김석진 행정부시장은 세종과 고양, 이동권 북구청장은 서울과 울산 북구, 박병석 울산시의회 의장은 울산 북구에 2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시의원과 기초의원 상당수도 다주택자였다. 최근 임명된 김태선 신임 울산시 정무수석도 수도권에 주택 2채를 보유해 논란이 돼왔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울산지역 국회의원 가운데에서는 서범수 의원이 서울과 부산에 아파트 2채, 권명호 의원이 울산 동구에 아파트와 오피스텔 2채를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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