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열악한 지역 의료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공공의료원 설립을 추진하기로 한 가운데 5개 구·군에 후보지를 추천받기로 하면서 지역사회가 다시 술렁이고 있다. 굵직한 사업들을 둘러싸고 구·군이 잇따라 경쟁구도를 이어왔던 만큼 또다시 ‘과열경쟁’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최근 울산시는 5개 구·군에 공문을 발송해 울산 공공의료원 후보지를 추천하라고 요청했다. 기한은 오는 29일까지다.

울산시는 공공의료원에 적합한 부지를 선정하기 위해 구·군에 의견을 묻는 차원의 ‘참고’일뿐, 절대 공모 형식은 아니라고 밝혔다.

울산시는 구·군에서 추천한 후보지들 가운데 내부 검토, 위원회 등을 거쳐 적합성 등을 판단해 최종 후보지를 선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토대로 늦어도 3월 중 공공의료원 설립 추진을 위한 계획안을 구체화하고, 타당성 분석 용역에 착수할 계획이다.



울산시가 공지한 공공의료원 후보지 조건은 꽤 까다롭다. 접근성이 높으면서도 부지 매입 등 부담은 적어야 한다. △3만3,000㎡(1만평) 이상으로 넓고 △의료원 설립 이후 연구시설 등을 더할 수 있을 정도로 확장성을 갖춰야 하며 △개발제한구역(GB)이 포함되지 않아 2023년 착공이 가능한 곳이어야 한다.

구·군은 이들 조건에 부합하는 부지를 물색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같은 ‘추천’ 방식이 또다시 5개 구·군 유치경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울산시는 ‘공모’가 아닌 ‘추천’이라고 강조했지만, 앞서 과열된 경쟁으로 사업 추진 자체를 불투명하게 만든 ‘도심융합특구’와 같은 양상을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당시 울산시는 구·군으로부터 8곳의 후보지를 추천받았고, 중구와 북구를 선두로 유치 경쟁이 심화됐다. 울산시가 울주군 KTX역세권 일원을 ‘1순위 후보지’로 국토부에 제안하자 일부 지자체가 직접 국토부를 찾아가 유치 의사를 강하게 전달하기도 했다. 결국 울산시는 지난해 말 도심융합특구 선도사업지로 선정되지 못했다.



특히 울산 공공의료원은 일부 지자체가 한발 앞서 유치 목소리를 내면서 경쟁구도가 반짝 형성되기도 했던 현안이다. 밑그림도 나오기 전인 사업을 둘러싼 유치경쟁 분위기가 눈총을 받으며 수습된지 불과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 현재 5개 구·군은 울산 공공의료원 설립이라는 큰 틀에 공감하면서, ‘협력’을 약속한 상태다.

하지만 후보지 추천을 통해 지역사회 기대감이 커지면서 다시 지자체간 경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울산시가 5개 구·군에 후보지 추천 계획을 전하면서 경쟁 과열을 경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울산시는 단순히 참고를 위해 후보지 추천을 받는 것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시에서 각 구·군마다 수립하고 있는 도시계획 등을 하나하나 파악하기 힘들고, 그런 사정들은 구·군이 제일 잘 알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추천을 받기로 한 것”이라며 “구·군이 제출하는 후보지는 말 그대로 ‘참고용’일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당초 다음달 1일 예정됐던 ‘울산 공공의료원 설립’의 필요성과 당위성 등을 주장하며 정부의 확답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은 울산시의 범시민추진위원회 구성 등 계획에 따라 잠정 연기됐다.

대신 송철호 울산시장과 5개 구·군 단체장들은 울산 공공의료원 설립 의지를 다지고 시민들의 뜻을 모으는 취지에서 다음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합동 브리핑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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