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사이에 중부지방에 쏟아진 폭우는 자연재난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지난 8일부터 수도권 등 중부 지역에 쏟아진 폭우로 사망 9명, 실종 6명, 부상 9명의 피해를 냈다. 전국에서 주택이나 상가 741동이 물에 잠겼고, 산사태가 11건 발생했다. 피해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지난 8일 밤부터 이틀간 서울을 강타한 폭우는 기상청 관측 사상 최고 수준이었다. 하지만 피해는 자치구별로 달랐다. 한 달 내릴 비(강수량 300㎜)가 하루 만에 쏟아진 강남구(326.5㎜)와 서초구(354.5㎜)는 이번에도 물바다가 됐다. 반면, 양천구는 같은 시간에 200㎜ 가까이 비가 내렸지만 피해는 강남·서초구에 비해 적었다. 피해에 대비한 사전조치 때문이었다. 울산에서는 지난 2016년 태풍 '차바' 내습 당시 태화강 상류지역에 시간당 10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대암댐과 사연댐의 자연 방류로 인해 하류의 반천 공동주택과 농경지, 시가지가 물바다로 변하면서 막대한 피해를 냈다. 사실 홍수조절 기능이 없는 태화강 주요 댐의 안정적인 수위 조절을 위한 추가적인 비상방류시설 설치가 필요한 실정이었지만 피해가 나면 문제가 거론됐다가 시간이 지나면 아무일 없다는 듯 넘어가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울산시도 연초에 장마철과 태풍 때마다 되풀이 되는 태화강 홍수 피해 예방을 위해 관련 기관과의 대응 체제를 강화해 나가기로 한 바 있다. 울산은 연간 강수량의 약 70%가 여름철(7~9월)에 집중돼 7월 장마철 많은 비로 댐의 저수율과 하천 수위가 높아진 상태에서 8월과 9월 태풍이 닥칠 경우 태화강 상류에 위치한 댐이 월류해 하류의 수위를 상승시키는 일이 잦다. 문제는 태화강 상류의 댐들은 수위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수문이 없는 자연 월류식 댐이다. 집중호우가 내릴 경우 하류는 속수무책 홍수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울산시는 자연재해위험지구 개선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2016년 태풍 차바로 침수피해가 컸던 태화, 반천지구를 포함해 두왕, 내황지구 등 4개소가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 공사는 끝나지 않았다. 민원과 예산지원 지연 등으로 사업이 제 때 시행되지 못한 탓이다. 태화시장 내 배수펌프장 조성사업은 연말에야 완료 예정이고, 반천지구와 두왕지구는 2023년 준공 계획이다. 내황지구는 올해들어서야 신규사업으로 설계 등이 진행되는 거북이 공사다. 문제는 상습 침수구간에 대한 재해 가능성이 그래도 상존한다는 점이다. 폭우가 쏟아지면 상습 침수구간은 물에 잠겼고, 오히려 새로운 침수구간이 나타나고 있다. 하천은 용량을 담아내지 못해 범람하고, 도심 곳곳 우수 역류현상이 나타나며 도로가 물에 잠기고 있다.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 시간을 끌면 피해만 커지게 된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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