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인 낯선 이웃 ‘알마’(가명)씨의 울산 적응기는 멀고 험하기만 하다. 전국적으로 심화되는 인력난에 정부는 결국 비자 완화제를 통해 ‘외국인력 대규모 도입’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긴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난 조선업 역시 적극 수용했고 이제는 용병이라는 이름이 아닌 ‘이주노동자’라는 이름으로 울산 곳곳에 자리 잡았다. 이렇게 법무부에 등록된 울산 E-9비자(비전문 취업비자) 이주노동자는 2023년 3분기 기준 5,777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무려 52.7%나 증가했다. 하지만 신규는 물론 기존 이주노동자들은 한국 문화 미숙과 차별로 여전히 이방인 신세다. 이에 본지는 울산의 모든 이주노동자를 대변하는 수많은 ‘알마’씨를 내세워 현장에서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지역 거주 외국인, 교직원·선원 등 직업도 다양

 울산 이주노동자하면 조선업이 떠오른다. 알게 모르게 ‘용병’으로 굳어진 우리의 차별도 한몫한다. 하지만 울산에는 조선업계 외 다양한 목적을 가진 이주노동자들이 있다. 

 외국인 교원비자인 E-1 비자부터 방문취업 비자인 H-2비자까지. 자세히 들여다보면 울산 외국인 근로자들은 회화지도교수, 연구원, 선원 등 다양한 직종에서 함께한다. 

 공식 취업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 근로자 외에도 결혼이민자, 사업, 유학생까지 ‘파트타임’으로 뛰는 단기 근로자들도 울산시민들의 삶에 녹아들고 있다.

 지난 연말 울산출입국사무소와 법무부, 울산시 등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지역 외국인은 총 2만2,764명이다. 이중 전문인력인 E-1~E-7 비자를 가진 외국인들이 총 2,985명(13.1%), 비전문인력인 E-9~E-10, H-2 비자를 가진 외국인들이 7,374명(32.4%)에 달한다. 근로를 목적으로 한 울산 외국인 체류자가 무려 1만359명(45.5%)인 것이다. 동구에만 4,045명으로 가장 많으며 △울주군 3,668명 △북구 1,265명 △남구 1,038명 △중구 343명 순이다.

 이외에도 ‘결혼 이민자’ 비자인 F-2-1, F-5-2, F-6-1~3 비자가 3,803명(16.7%), ‘사업’ 비자인 D-7~D-9를 발급받아 기업투자, 무역경영을 하고 있는 외국인이 329명(1.4%)으로 집계됐다. 

 ‘유학’ 비자인 D-2, ‘어학연수’ 비자인 D-4-1 비자 등 울산에 있는 ‘유학생’도 1,510명(6.6%)이나 있다. 또 수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문화예술 비자, 영주 비자 등  기타 비자가 6,763명(29.8%)이다. 여기엔  D-1, D-3, D-6, D-10, F-1~F-5, G-1, H-1 비자가 포괄됐다.

 결혼 이민자와 유학생의 경우 파트타임 근무는 가능하다. 이들 역시 울산 곳곳에서 소득을 만들며 울산시민과 더불어 자리잡아 가고 있다. 다만 농·어촌 외국인 근로를 위한 비자인 ‘계절 근로자’의 경우 울산은 도입하지 않아 공식 근로자는 없는 것으로 나왔다.

 

 

울산 거주 외국인들이 증가하면서 행정기관이나 기업 등에서 이들의 정착을 돕기 위한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울산 거주 외국인들이 증가하면서 행정기관이나 기업 등에서 이들의 정착을 돕기 위한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코리안드림 안고 온 울산, 현실은 녹록지 않아

 코리안드림(Korean dream).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일하면 많은 돈을 벌 것이라는 꿈을 갖고 온다. 6년 전 울산의 한 기업체에 취업한 ‘알마’씨도 그랬다.

 E-7 비자를 가진 알마씨는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한국 취업을 위해 약 9,000달러(약 1,200만원)를 ‘송출업체’에 지불했다고 전했다. 알마씨에 따르면 송출업체는 외국인 근로자 각 자국 내 있다. E-7과 E-9 이주노동자의 입국전후 전 과정은 공공성이 담보되지 않은 민간 송출입업체가 맡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많은 E-7, E-9 비자 외국인노동자들은 자국 내 송출업체에 거액의 수수료를 납부하게 되는 셈이다. 가장 최근 ‘입국료’는 한화 2,000만원이었다고 알마씨는 귀띔했다.

 그렇게 많은 돈을 주고 온 울산에서 그는 ‘이방인’이었다.

 최저시급과 근로 환경은 물론이고 울산에서 그의 삶은 모든 것이 낯설었다. 우리에게 당연한 문화생활과 치료, 하물며 분리수거하는 법 까지 모든 것이 버겁다. 

 알마씨는 회사와 브로커로부터 ‘이탈금지’에 대한 얘기만 거듭 교육받을 뿐 정작 ‘삶’에 대한 이야기는 누구한테 물어야 할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목소리에 이제 본지는 울산리빙랩연구소, 울산외국인주민지원센터, 각 구·군 담당자와 함께 울산 외국인노동자의 현실을 살피고자 한다. 모든 울산의 ‘알마’씨는 본지를 통해 말한다. "우리 여기 있어요."

  김귀임 기자 kiu2665@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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