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외국인)씨들이 겪는 문화 차이는 울산 적응의 큰 장애물이다.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체계적으로 알려주는 곳이 없어 일일이 몸으로 부딪혀야 하는 상황. 그러다 보면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되기도 하고 나아가 소외와 차별로 몰아넣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하지만 한시라도 빨리 정착해야 하는 그들에게 '길잡이'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본지가 꾸린 리빙랩 실험 대표단은 "외국인들이 울산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전담해서 도와주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들이 느끼는 문화차이는 어떤 불편함을 초래하는지, 그렇다면 해결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현장을 직접 찾았다.

울산 울주군 온산읍의 한 외국인 가게.
울산 울주군 온산읍의 한 외국인 가게.
 
울산 울주군 온산읍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하사노바 포티마(37)씨.
울산 울주군 온산읍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하사노바 포티마(37)씨.
 

#너무 다른 문화 "힘들어"

문화 차이를 알고 시작하면 알마씨들의 혼란스런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갈팡질팡 헤매다가 이해보다는 오해를 낳는다.

울주군 온산읍에서 우즈베키스탄·러시아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하사노바 포티마(37)씨는 한국에 온지 15년, 울산 정착 11년차다.

이제는 한국말을 제법 능숙하게 잘하는 그도 울산생활을 떠올리면 난처한 적이 여러 번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남편이 '한국에선 어른과 술 마실 때 고개를 돌려 마시는 문화가 있다'고 알려줘도 매번 까먹고 '짠'을 해 모두가 민망했던 적이 있다"며 "인사법 역시 한국에서는 고개를 숙이지만 우즈베키스탄에선 서로 안아주는 데서 차이가 있어 조심스럽다"고 설명했다.

특별한 날을 보내는 방식도 다르다.

결혼하면서 울산에 온 필리핀 출신 플로어 데리자(38)씨는 "명절이나 생일 때 고향에선 매년 주변 지인들을 초대해 파티를 크게 한다"며 "그래서 한국 와서 첫 생일 때 남편에게 생일 파티 안하냐고 물으니 '나이가 몇 살인데 생일파티야?'라고 말해 답답하고 서운했다. 그런데 이제는 안하는 게 익숙하다"고 웃어보였다.

뿐만 아니라 육아를 하면서도 시댁과 문화 충돌을 경험했다.

그는 "여동생이 갓난아기일 때 울면 친정 엄마가 '울어도 괜찮다. 우유도 먹고 쉬도 안했기 때문에 괜찮다'며 스스로 그치도록 내버려 뒀다"며 "하지만 한국에서는 우는 아기를 내버려 두니 이상하게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어머니와 남편이 '아기가 울면 빨리 안아줘야 된다'고 하더라"며 "처음에는 이해 못했지만 한국이니까 한국 스타일대로 결국 안아줬다"고 떠올렸다.
 

울산  정착 5개월 차인 우즈베키스탄 출신 미르자라히모바 주바이다(24)씨가 분리수거를 연습 하고 있다.
울산 정착 5개월 차인 우즈베키스탄 출신 미르자라히모바 주바이다(24)씨가 분리수거를 연습 하고 있다.
 

#색색의 분리수거 그물망 앞에서 '멈칫'

한국 생활이 얼마 되지 않은 알마씨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는 일상생활의 기본인 '분리수거'라고 입을 모은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미르자라히모바 주바이다(24)씨는 한국인과 결혼하면서 울주군 온산읍에 정착한 지 5개월 남짓이다.

그렇다 보니 아직까지 한국 문화와 생활 방식 모두 '초보'다.

전혀 다른 한국 문화 모두 생소하지만 그중 '분리수거'가 가장 불편하다고 말했다.

주바이다씨는 "우즈베키스탄에선 쓰레기를 분류해서 버리지 않고 한꺼번에 모아서 버리기 때문에 헷갈린다"며 "매번 남편이 도와주고 있다"고 했다.

취재진은 직접 확인을 위해 주바이다씨 혼자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도록 요청했다.

박스와 빈 페트병을 갖고 내려온 그는 곧장 배출 장소 앞에 놓여진 색색의 그물망 앞에 섰다.

울주군에서는 정해진 날에 맞춰 녹색 그물망엔 '플라스틱과 고철', 적색 그물망엔 '비닐류'를 분리 배출해야 한다.

먼저 페트병을 녹색 그물망에 잘 넣는가 싶더니 종이 쓰레기에서 막혔다.

별도 배출해야하는데 비닐을 버려야하는 적색 그물망에 넣은 것이다.

이를 지켜보던 민간단체 '다누리 협의회'의 송미정 회장이 나서 틀린 부분을 고쳐줬다.

주바이다씨는 "한국 왔을 때 행정 기관에서 분리수거 배출 등 생활 필수 정보가 번역된 자료를 받아본 적 없다"며 "어디에서 기본 교육을 받을 수 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어 "남편이 유일하게 알려줬는데 아직까지 그 개념을 잘 모르겠다"며 "만약 배울 수 있다면 배울 의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울산 동구 방어동 거리에는 불법투기 금지 안내판이 붙어져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울산 동구 방어동 거리에는 불법투기 금지 안내판이 붙어져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조선업에 투입될 외국인 근로자가 대거 입국하면서 외국인 최다 거주지 중 한곳으로 꼽히는 울산 동구 방어동. 전봇대와 담벼락마다 일반 봉투에 담아 불법투기한 쓰레기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조선업에 투입될 외국인 근로자가 대거 입국하면서 외국인 최다 거주지 중 한곳으로 꼽히는 울산 동구 방어동. 전봇대와 담벼락마다 일반 봉투에 담아 불법투기한 쓰레기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모범사례 민간이 주도…행정기관은?

한국의 문화를 제대로 알려주는 곳이 없다 보니 알마씨들은 좌충우돌이 일상이다.

따라서 이들을 집중적으로 맡아 도와주는 기관이나 단체 유무에 따라 적응 속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동구 방어동의 경우 지난해 조선업에 투입될 외국인 근로자가 대거 입국하면서 외국인 최다 거주지 중 한곳으로 꼽힌다.

이달 초 찾은 방어동 일원. 전봇대와 담벼락마다 일반 봉투에 담긴 쓰레기가 불법투기된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안을 들여다보자 페트병·종이·봉투·고철 따위가 뒤섞인 것은 물론 음식물 쓰레기까지 담겨 있었다.

이처럼 동구에서 불법투기와 소각으로 적발된 건수를 살펴보면 △2021년 104건 △2022년 142건 △2023년 300건으로 매년 증가추세에 있다.

외국인의 불법투기가 늘어났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조선업 호황으로 외국인 노동자가 대략 2,000~3,000명 늘어난 시기와 맞물려 영향이 없다고는 볼 수 없는 상황.

실제로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불법투기로 과태료를 부과한 건은 모두 68건인데 이 중 외국인에 과태료를 부과한 건수는 16건으로 무려 23%에 달한다. 인구에 비례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수치다.

동구 관계자는 지난해 직접 봉투를 열어 쓰레기를 뒤진 건수만 무려 2,700여건에 달한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동구 관계자는 "CCTV를 확인해도 투기자를 특정하기 어려워 적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무래도 외국인이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투기물들이 많다 보니 분리수거와 같은 생활환경 지도 안내 책자를 올해 중공업 등에 배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각 구·군에서 문화교류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일회성'에 그쳐 한계가 명확하다.
 

울산 울주군 온산읍의 민간단체 '다누리 협의회' 송미정 회장과 외국인들이 울주촌 다누리 다문화 축제에 참여하고 있다. (제공:다누리 협의회)
울산 울주군 온산읍의 민간단체 '다누리 협의회' 송미정 회장과 외국인들이 울주촌 다누리 다문화 축제에 참여하고 있다. (제공:다누리 협의회)
 

하지만 방어동과 함께 울산 내 외국인이 많은 지역으로 꼽히는 온산읍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온산읍에 거주하는 외국인들 간 교류를 이끌어가는 민간단체 '다누리 협의회'가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송 회장은 자진해서 나라별 수십명의 외국인 커뮤니티 대표들과 함께 다른 외국인들의 한국문화 교육·지역 봉사활동 등을 진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규 외국인의 전입신고 등 도움이 필요한 경우 행정기관에 연결하는 역할까지 도맡고 있다.

그래서인지 울주군 전체 외국인 7,700명 가운에 무려 42%에 가까운 3,216명의 외국인이 온산읍에 밀집해있지만, 거리도 깨끗하고 이들의 생활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파악돼 '모범사례'로 꼽힌다.

이 같은 민간의 노력이 행정기간에서 진행된다면 보다 나은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송 회장은 쉽지 않을 거라고 했다.

송 회장은 "타구군 외국인들이 '온산 부럽다'고 '온산처럼 해줄 수 없냐'고 말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무턱대고 외국인 관련 단체나 부서를 만든다고 다 가능한 일이 아니다. 우리도 15년 가까이 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봉사와 도움이 없었다면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온산읍이 어떻게 구성이 되어 있고, 외국인들과 연계가 되는지 잘 알아본 후에 만들어야 효과를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마'씨의 울산 적응기 언어편(3)과 문화편(4)과 관련된 영상은 유튜브 채널(youtube.com/iusm009)과 홈페이지(www.iusm.co.kr), 인스타그램(@ulsan_maeil)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섬미 기자 01195419023@iusm.co.kr·김귀임 기자 kiu2665@iusm.co.kr·신원윤 기자 dnjsdbs3930@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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