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힘은 강하다. 때론 총·칼보다도 더 세다. 외마디 외침으로도 세상을 바꾸고, 따스한 말 한마디가 죽을 사람을 살린다. 또한 말의 힘은 균등하지 않다. 누가 말했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입을 떠난 말은 겨눈 표적을 정확하게 가격하지 못한 채 엉뚱한 곳으로 파편이 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분명 달을 보라고 가리켰건만, 상대방의 눈길은 그저 손가락 끝에 머물 때가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 호남도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꽤 있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전두환 전 대통령 옹호 발언이다.
‘주 120시간 일할 자유’ ‘육체노동과 인문학 비하’ 논란 등 실언에 이어 손바닥에 ‘왕(王)’자를 적고 나왔던 그가 또다시 실언을 쏟아냈다. 그리곤 “전두환 정권에 고통을 당하신 분들께 송구하다”며 “독재자의 통치 행위를 거론한 것은 옳지 못했다”고 했다.
그런데 사과 직후 인스타그램에 반려견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을 올렸다. 당장 ‘개에게 사과했다는 뜻이냐’는 반응이 나왔다. “국민을 개 취급 하는거냐”는 비판이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 소동은 커뮤니티에서 실시간으로 다뤄졌다. 이용자들은 ‘#사과는개나줘’란 제목의 글로 게시판을 도배했다. 대선후보가 공개적인 게시물을 띄울 때는 어떻게 해석될지 신중해야 한다.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정치를 즐기는 사람도 늘고있다. 마치 스포츠 경기나 게임을 관전하듯, 정치 관련 정보를 공유하거나 생각을 나눈다. 이 과정에서 풍자와 조롱이 담긴 콘텐츠가 생겨나고 인터넷에서 확대·재생산되는 현상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이같은 ‘정치에 놀이화’ 현상의 명암이 드러난다. 젊은 층의 정치관심도가 높아져 투표 참여율이 높아질 수 있다. 반면 검증과 네거티브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정치가 희화화되고(유권자들의) 정치 냉소를 부추길 수 있다. 결국 ‘개 사과’ 같은 결정적 실수로 대선후보들이 ‘비호감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오고 있어 3·9 대선에 먹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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