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말을 한다. 그렇다 보니 여행을 떠나면 광활한 자연, 경이로운 건축물 뿐만 아니라 단순한 거리 풍경도 놓치지 않고 사진을 찍어 도시경관을 기록한다. 그 중심에는 랜드마크가 있다. 랜드마크는 지역의 얼굴이자, 도시경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잘 만들어 놓으면 지역을 매력적으로 홍보해 관광객들을 끌어 모을 수 있고, 경제가치를 창출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지자체들은 앞다퉈 랜드마크를 만들려고 혈안이다. 울산시도 새로운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며 여러 가지 안을 제시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무턱대고 만들기만 한다고 해서 모두 랜드마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는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시간을 쪼개 찾아 갈만큼 인상적인 랜드마크가 곳곳에 있다. 이 랜드마크는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부가적인 경제효과도 창출해낸다.

관광객들이 라스베이거스 사인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관광객들이 라스베이거스 사인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관광객들은 '인증샷'이 필요하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 한가운데 접근성이 좋지 않은 장소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들뜬 표정으로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7.6m 기둥에 매달린 표지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서다.

'Welcome to Fabulous Las Vegas(라스베이거스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는 이 표지판은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한 관광객이라면 꼭 들러야하는 '라스베이거스 사인'이다.

여기서 사진을 찍어야,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했다는 걸 인증할 수 있어 인증샷 성지라고도 불린다.

이를 입증하듯 현재 SNS에 업로드 된 라스베이거스 사인 관련 게시물만 수십만건이 넘는다.

라스베이거스 사인은 지난 1959년 예술가이자 건축가인 베티 윌리스(Betty Willis)가 디자인한 것으로 라스베이거스의 역사와 도전정신이라는 도시 가치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화려하거나 웅장하지는 않지만, 관광객들이 제일 먼저 찾는 대표 랜드마크로 자리 잡으며 수많은 영화, TV 프로그램, 뮤직비디오 등에 소개됐다.

지난 2009년부터는 라스베이거스시에서 보호 랜드마크로 지정해 관리 중일만큼 핫한 곳이다.

라스베이거스 사인은 라스베이거스 대로 남부의 대략 6.1km 구간에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초호화 호텔들이 집결해 관광객 대부분이 머무는 '스트립' 초입에 세워져 도시경관의 시작이라 볼 수 있는데 이처럼 매일 사람들이 줄을 설 정도로 몰리면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완성된 라스베이거스 새 랜드마크 거대 구형(球形) 공연장 ‘스피어(Sphere)’
지난해 9월 완성된 라스베이거스 새 랜드마크 거대 구형(球形) 공연장 ‘스피어(Sphere)’

 

# 압도적 존재감, 단숨에 랜드마크 등극

 라스베이거스 공항 근처에 접근한 비행기 안에서부터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물이 있다. 

 높은 하늘에서도 한 번에 눈에 띄는 거대 구형(球形) 공연장 '스피어(Sphere)'다.

 높이 112m, 지름 157m의 달하는 압도적인 크기로 외벽에는 총 면적 5만4,000㎡, 120만개의 LED가 설치됐다. 

 총 건설 비용은 무려 3조원. 외벽은 초대형 스크린 역할을 하는데, 평소 다양한 영상을 틀어놔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선사한다. 

 스피어 주변으로 모노레일이나 비행기가 지나갈 때면 커다란 눈 모양의 화면이 뜨면서 해당 물체를 쫓는 듯한 느낌으로 응시하는데 이걸 보는 것 또한 하나의 재미다.

 화려한 라스베이거스 도시경관의 화룡점정을 찍은 스피어는 지난해 9월 건설이 완료되자마자 전 세계에서 찾는 라스베이거스의 랜드마크로 등극했다. 

 스피어 앞에서 인증샷을 찍는 것도 모자라 스피어가 가장 잘 나오는 포토존을 일부러 찾아갈 정도다.

 외부 모습뿐만 아니라 내부에서 상영되는 공연도 인기다. 가장 저렴한 좌석이 10만원을 훌쩍 넘기지만 연일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지난 1월  관광객들이 스피어에서 상영 중인 '지구에서 온 엽서'를 관람하고 있다. 
 지난 1월  관광객들이 스피어에서 상영 중인 '지구에서 온 엽서'를 관람하고 있다. 

 

 현재 상영 중인 '지구에서 온 엽서'를 보기 위해 공연장에 가 보니 한 눈에 담기지 않을 정도로 큰 규모의 스크린이 천장까지 감싸고 있어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했다.

 50분 동안 실제 영상 속 공간에 들어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장면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표현돼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스피어 관계자는 "현재 '지구에서 온 엽서'를 하루 4번 상영하는데 한 회당 5,000명, 하루 2만명이 방문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 국내 기업 SK그룹 전시관에 스피어가 연상되는 대형 구체 LED '원더글로브'가 등장해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지난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 국내 기업 SK그룹 전시관에 스피어가 연상되는 대형 구체 LED '원더글로브'가 등장해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CES 2024'에 참가하기 위해 라스베이거스를 찾은 국내 지자체장들도 잇따라 스피어를 찾아 공연을 관람했다.

 관람을 마친 김두겸 울산시장은 "스피어가 라스베이거스의 랜드마크답게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게 인상적이다. 울산에도 미니 스피어를 도입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스피어가 라스베이거스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등극했다는 것은 지난 1월 열린 CES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 SK그룹 전시관에서 스피어가 연상되는 지름 6m의 대형 구체 LED '원더글로브'가 등장한 것이다. 깜찍한 표정을 한 이모티콘이나, 바다 속을 헤엄치는 돌고래 등 다채로운 주제 영상으로 전시회 기간 내내 '사진 맛집'으로 입소문 나기도 했다.

라스베이거스 구도심에 위치한 프리몬트 스트리트(Fremont street)에 조성된 460m의 LED스크린 ‘프리몬트 스트리트 익스피리언스(Fremont Street Experience)’.
라스베이거스 구도심에 위치한 프리몬트 스트리트(Fremont street)에 조성된 460m의 LED스크린 ‘프리몬트 스트리트 익스피리언스(Fremont Street Experience)’.

 

# 고개 들어 천장을 보라 ‘구도심의 부활

 라스베이거스 구도심에 위치한 프리몬트 스트리트(Fremont street)은 흡사 중구 성남동 '젊음의 거리'를 보는 것처럼 아케이드 천장 구조다. 

 총 길이 460m의 보행자 전용 거리로 양옆에는 음식점, 상가 등이 늘어서 있다. 

 거리에는 마술·노래·춤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져 관광객들의 시선을 끌고, 이색적인 분장을 한 사람들이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곳의 진가는 바로 천장에 있다.

 프리몬트 스트리트는 지난 1906년 라스베이거스 최초의 호텔이 세워지며 상업, 관광 등 도시 초기 개발과 그 중심지를 담당했다. 

 하지만 1980년대 라스베이거스 메인 스트립에 다양한 호텔 등 인프라가 조성됨에 따라 관심과 수요가 옮겨가며 점차 발길이 줄어들게 됐다.

라스베이거스 구도심에 위치한 프리몬트 스트리트(Fremont street)에 조성된 460m의 LED스크린 ‘프리몬트 스트리트 익스피리언스(Fremont Street Experience)’. 
라스베이거스 구도심에 위치한 프리몬트 스트리트(Fremont street)에 조성된 460m의 LED스크린 ‘프리몬트 스트리트 익스피리언스(Fremont Street Experience)’. 

 

 이후 1995년 이곳의 부흥을 이끌기 위해 거리 천장에 LED스크린을 설치하는 '프리몬트 스트리트 익스피리언스(Fremont Street Experience)'가 조성됐다. 

 460m 길이의 천장에 설치된 초대형 LED스크린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으며 라스베이거스의 또 다른 랜드마크로 불리고 있다.

 LED스크린으로 펼쳐지는 '비바 비전 라이트 쇼(Viva Vision Light Show)'는 바다, 우주 등 다양한 주제의 영상을 1,250만개의 전구와 200개가 넘는 스피커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한다. 

 공연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맞춰 6분간 무료로 진행되며, 쇼가 시작되면 관광객들이 걸음을 멈추고 모두 천장을 쳐다보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무엇보다 이곳은 한국인들에게는 더욱 필수코스가 된 랜드마크인데, 이유는 국내 기업인 LG가 LED스크린 제작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이 점차 몰려들자 거리에는 액티비티 요소도 추가했다. 천장의 대형스크린 아래로 지나가는 짚라인 '슬롯질라'가 운영 중인데, 건물 11층 높이인 약 35m에서 시속 56km로 질주하며 프리몬트 스트리트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라스베이거스 사례를 보면 잘 만든 랜드마크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다. 울산시도 태화강 위 오페라 하우스, 번영사거리 공중정원 등 지역을 대표하는 새 랜드마크 만들기에 한창이다. 울산만의 매력적인 도시경관을 갖추기 위해서는 창의성과 상징성 등을 고루 갖춘 랜드마크를 잘 선택해야한다.

 관련 영상은 유튜브 채널(youtube.com/iusm009)과 홈페이지(www.iusm.co.kr), 인스타그램(@ulsan_maeil) 등에서 만날 수 있다.

신섬미 기자 01195419023@iusm.co.kr·심현욱 기자 betterment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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