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산업도시, 즉 공장이다. 회색빛으로 빼곡한 콘크리트 공장지대는 한때 도시를 성장시킨 견인차 역할을 하며 도시의 자부심으로 통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젊은이들이 기피하고, 외면하면서 든든한 성장의 버팀목이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대로라면 경제의 기초가 되는 산업 활동이 얼어붙는 건 순식간이다. 변화가 필요한 상황. 미국 로스엔젤레스(LA)의 버려진 산업단지에 예술가의 작품으로 색을 입혀 새 생명을 불어넣은 곳이 있다. 예술가, 디자이너, 젊은이들이 몰려들면서 이른바 '핫플레이스'가 된 아트 디스트릭트(Art District)다. 폐공장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관광지로 180도 탈바꿈한 사례를 통해 울산의 공장지대가 변화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본다.
 

 

 미국 로스엔젤레스(LA)에 아트 디스트릭트 거리에서 수십개의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다.
미국 로스엔젤레스(LA)에 아트 디스트릭트 거리에서 수십개의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다.
 
 미국 로스엔젤레스(LA)에 아트 디스트릭트 거리에서 수십개의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다.
미국 로스엔젤레스(LA)에 아트 디스트릭트 거리에서 수십개의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다.
 

 

#버려진 공장이 길거리 미술관으로

캘리포니아주 LA 다운타운의 동쪽 가장자리에 있는 아트 디스트릭트는 1800년대 말까지 창고와 공장이 모여 있는 철도, 제조 산업단지였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물류의 중심이 철도에서 육상으로 옮겨가면서 그 기능을 잃어갔다. 빈 창고와 건물이 하나 둘 늘어났고 자연히 부랑자들이 몰리면서 우범지대로 전락하게 됐다.

버려지는 듯하던 동네는 1970년대 예술가들이 이사를 오면서 달라졌다. 다른 지역에서 높은 임대료에 시달리던 예술가들이 빈 건물에 들어가 작업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저렴한 임대료와 넓은 공간은 예술가들에게 매력적이었다.

1990년대에는 갤러리와 예술 단체들도 들어서면서 현재는 LA에서 가장 핫한 예술 중심지로 변모했다.

버려진 산업단지에 예술가의 작품으로 색을 입혀 새 생명을 불어넣은 미국 로스엔젤레스(LA)에 아트 디스트릭트.
버려진 산업단지에 예술가의 작품으로 색을 입혀 새 생명을 불어넣은 미국 로스엔젤레스(LA)에 아트 디스트릭트.
 

특히 아트 디스트릭트는 밋밋한 콘크리트 건물에 그래피티(graffiti)를 그려 넣은 것으로 유명하다.

골목 골목 다양한 스타일의 벽화를 구경하며 걷다 보면 하나의 거대한 미술관을 방문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단순히 벽 뿐만 아니라 바닥, 신호등, 표지판 하나 조차 스케치북이 돼 매력적인 작품으로 재탄생됐다.

하루 종일 걸어도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진 작품들 덕분에 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그렇다 보니 해외의 다양한 영화, 드라마 촬영이 빈번하게 이뤄졌다.

국내에서도 빅뱅,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멤버 등 여러 유명인이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선택해 이름을 알렸다.

작가 Gabah(30)가 아트 디스트릭트의 한 건물 외벽에 그래피티 작업을 하고 있다.
작가 Gabah(30)가 아트 디스트릭트의 한 건물 외벽에 그래피티 작업을 하고 있다.
 

 

 

작가 Gabah(30)가 아트 디스트릭트의 한 건물 외벽에 그래피티 작업을 하고 있다.
작가 Gabah(30)가 아트 디스트릭트의 한 건물 외벽에 그래피티 작업을 하고 있다.
 

#회색벽이 스케치북, 작가들의 놀이터

예술가들의 천국이라고 불릴 만큼 예술 특화 구역이 된 아트 디스트릭트는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래피티부터 전문 큐레이팅 미술관까지 그 범위가 다양하다.

예술가들의 작업은 현재진행형이다. 아트 디스트릭트를 방문한 날도 마침 새 그래피티를 그리고 있던 작가 Gabah(30)를 만날 수 있었다.

밑그림 작업에 한창이던 그는 "예술가가 활동할 수 있게 정부에서 지원을 해줘 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아직 빈 공간이 많은데 정부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승인을 해준다면 더 많은 예술작품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십개의 그래피티 주제는 동물, 문양, 글자, 풍경, 인물 등 다채롭다.

아트 디스트릭트 주차장 관리인이 주차장 그래피티에 그려진 자신의 그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트 디스트릭트 주차장 관리인이 주차장 그래피티에 그려진 자신의 그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평범한 주차장 벽면에 그려진 그래피티 속 주인공도 만날 수 있었다.

멕시코에서 태어나 11살부터 LA에 살았다는 그는 "친구가 이 그림을 그린 작가였다"며 "나를 좋아하는 마음에 뛰어난 상상력을 더해 완벽한 그래피티를 완성했고, 볼 때마다 자랑스럽다"고 웃어보였다.

예술가들이 저렴한 섬유공장을 구입해 리모델링한 후 오픈한 아트쉐어 갤러리.
예술가들이 저렴한 섬유공장을 구입해 리모델링한 후 오픈한 아트쉐어 갤러리.
 
예술가들이 저렴한 섬유공장을 구입해 리모델링한 후 오픈한 아트쉐어 갤러리에 작품이 전시돼 있다.
예술가들이 저렴한 섬유공장을 구입해 리모델링한 후 오픈한 아트쉐어 갤러리에 작품이 전시돼 있다.
 

반대편에는 한데 모인 예술가들이 저렴한 섬유공장을 구입해 리모델링한 후 오픈한 아트쉐어 갤러리도 있다.

무료로 작품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한 이 갤러리는 매번 다양한 작가들과 협업 하고 있다.

눈여겨 볼 것은 기존 건물을 유지하면서 색만 덧입혀 과거 역사를 지닌 장소가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는 거다.

아트 디스트릭트를 찾은 관광객들이 음식점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아트 디스트릭트를 찾은 관광객들이 음식점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미국 로스엔젤레스(LA)에 아트 디스트릭트 거리의 그래피티 앞에서 한 가족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미국 로스엔젤레스(LA)에 아트 디스트릭트 거리의 그래피티 앞에서 한 가족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음식점, 펍 등 몰려드는 젊은이들로 '활기'

회색빛 공장 벽면에 그림만 그려 넣었을 뿐인데, 그 변화는 상상을 초월했다.

LA에서 가장 핫한 관광지가 된 것이다.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자연스럽게 유명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들어섰고, 편집숍을 비롯해 맛 좋은 수제맥주를 마실 수 있는 양조장도 오픈했다.

실제로 주말 낮에 찾은 아트 디스트릭트의 레스토랑 야외 테이블에는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곳곳에는 줄을 서 웨이팅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2016년 1월 문을 연 양조장 인디 브루잉 컴퍼니에서는 플리마켓도 열려 활기를 띄었다.

알록달록 개성 강한 그래피티의 숲을 걷다 보면 과거 회색빛 산업단지였다는 것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울산 공장 풍경 (울산매일 포토뱅크)
울산 공장 풍경 (울산매일 포토뱅크)

 

특색 없는 도시 일명 '노잼 도시'로 유명한 울산에도 공장이 많다.

지난해 3월 기준 울산의 공장 등록수는 3,070개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많게는 수십년을 지킨 공장들은 노후화까지 진행되면서 도시 분위기를 더욱 차갑고 삭막하게 만들고 있어 도시 경관을 새롭게 가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앞서 LA 아트 디스트릭트의 사례처럼 산업에 예술을 접목해 도시 경관을 개선한다면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 영상은 유튜브 채널(youtube.com/iusm009)과 홈페이지(www.iusm.co.kr), 인스타그램(@ulsan_maeil) 등에서 만날 수 있다.

신섬미 기자 01195419023@iusm.co.kr·심현욱 기자 betterment00@naver.com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